로버트 김 “내 책 절대로 읽지 마십시오”
로버트 김 “내 책 절대로 읽지 마십시오”
  • 북데일리
  • 승인 2005.11.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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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소중함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뿐 확인하고 어떻게 인생의 역경을 극복할 것인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20일 오후 4시 서울 교보문고 강남점 지하2층 문화이벤트홀에서 <집으로 돌아오다>(2004. 한길사) 저자 로버트 김(65)의 강연회와 사인회가 열렸다. 그는 96년 9월 미국 해군정보국(ONI)에서 일하던 중 지난 일부비공개 문건들을 당시 주미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해군 무관에게 넘겨준 혐의(국가기밀 누설 간첩죄)로 체포되었다가, 7년여의 수감생활 끝에 2004년 7월 가석방돼 10년 만에 고국을 찾았다.

“내 미국이름은 로버트 김, 한국이름은 김채곤이다”며 말로 말문을 연 로버트 김은 석방 후 보호감찰기간 동안 자신이 일했던 직장 상황과 수입, 은행잔고 등을 감찰관에게 일일이 보고하면서 재수감되지 않도록 마음고생이 심했던 사연을 털어놓았다.

2004년 `로버트 김 후원회` 도움으로 펴낸 자전에세이 <집으로 돌아오다>를 두고 “내책을 사지도, 읽지도 말아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너무 눈물이 나서 책을 다시 열어보기가 두렵고 날개 꺾어진 새의 기분으로 썼기 때문에 정말 눈물이 난다. 그러니 절대 읽지 마라”며 회한와 고통의 지난 세월의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또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세대를 위한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아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사람들의 소비가 너무 커졌다. 얘기를 들었는데 아파트에 살면서 더우면 문을 열어 열기를 내보낸다더라.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자가용도 너무 많다. 대중교통도 잘되어 있는데 많이들 이용했으면 좋겠다. 낭비가 너무 많다는 것은 문제다. 얼마 전 산업부장관이 방안온도 1℃만 내려도 1년에 1.5조가 절약된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어떤 의사는 방안의 온도를 너무 높이면 몸에 안 좋다고도 말하더라.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잘못된 행동들이라고 생각한다. 낭비를 조금만 줄이면 달동네에 사는 사람들에게 지붕이라도 얹어 줄 수 있고 결식아동들에게 세끼 밥이라도 지어 줄 수 있다. 낭비하는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한 참석자가 금강산관광에 초대하고 싶다는 바람에 로버트 김은 “초대는 정말 감사하지만 북한 기밀을 준 사람이기 때문에 북한에 못 들어간다고 알고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보안이나 컴퓨터분야의 한국기업에서 일할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는 “55세가 은퇴라고 들었는데 65세도 써주느냐?”며 되묻기도 했다.

한국이 아닌 미국에 사는 이유로는 ‘집값’을 꼽았다. “한국은 집값이 너무 비싸다. 또 5불(5천원)이면 거기서는 밥을 맛있게 먹는데 여기는 5만원짜리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 형편에는 맞지 않아 한국에서 사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에 대한 특별한 사랑도 공개했다. “내 인생의 원동력은 아내로부터 나온다. 매주 180마일을 왔다가며 사랑을 확인해주었고, 나를 확고히 붙들어 주었다. 우리는 아이들의 장래를 의논했다. 열녀비가 있다면 꼭 세워주고 싶은 사람이 내 아내다”라고 말해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한미관계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는 “한미관계는 더 돈독해져야 한다.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대화가 너무 적다. 미국사람들은 파티를 자주 여는 이유 중 하나는 많은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고 친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대화 말고 지방에 사는 한국 이민자들도 선거권이 있어 미국 국회의원과 이야기를 하고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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