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의 성지'는 용두산공원?
'비보이의 성지'는 용두산공원?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2.01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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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적 관점으로 본 부산의 재발견

[북데일리] 부산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항구? 푸른 바다를 맞댄 해수욕장? 프로야구팀 롯데? 거친 말투? 부산국제영화제? 부산 사람이 아닌 이상 대부분 딱 이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결론, 사람들은 부산을 잘 모른다.

이는 신간 <미학, 부산을 거닐다>(산지니. 2008)를 들춰보면 더 확실해진다. 저자 임성원이 풀어놓은 이야기에 눈이 휘둥그레진다면 지금까지 부산의 반쪽만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책은 부산의 미(美)를 말한다. 부산의 자연과 사람, 공간을 미학의 잣대로 해석한다. 그렇다고 학문적 견해를 골치 아프게 늘어놓는 건 아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부산의 모습과 타지 사람들은 몰랐던 부산의 예술문화를 더 체계적으로, 또 가치를 부여해 설명해줄 따름이다.

우리는 몰랐던 부산의 예술문화 현장

이를 테면 부산 ‘용두산 공원’을 보자. 용두산 공원? 부산에 살지 않는 이상, 아마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용두산 공원이야말로 국내 대안예술의 선봉에 섰던 곳이다. 책에 따르면 용두산 공원의 별명은 ‘비보이의 성지’, ‘한국 힙합의 발상지’다. 힙합과 비보이하면 으레 서울의 어느 뒷골목이나 클럽을 상상하던 독자에겐 나름 ‘충격적‘인 발언일 터. 저자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부산의 비보이, 비걸들은 용두산 공원에서, 1970년대 뉴욕 뒷골목의 흑인과 히스패닉이 춤으로 패권 다툼을 벌였듯, ‘배틀’을 통해 춤 실력을 뽐내는 한편 주체할 수 없는 젊음의 열기를 발산해왔었다.”

게다가 비보이의 상업적 가치를 만방에 알린 인기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와 관련한 생소한 사실도 알려준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그 비보이들이 부산 거리에서 올라간 길거리 춤꾼들이다.”

서울 대학로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소극장 문화 또한 부산에 있다. 그것도 서울 이상의 뜨거운 열기를 곁들여서다. 다음은 문화소통단체 ‘숨’이 길거리 춤을 소극장으로 끌어 들여온 댄스컬 ‘힙합고 D반’에 대한 글이다.

“2006년 8월에 힙합의 작품화를 모색한 후 2007년 2월 첫선을 보였던 ‘힙합고 D반’은 객석의 꾸준한 반응에 힘입어 비언어극에서 댄스와 뮤지컬을 합친 댄스컬로 업그레이를 계속하면서 장수하고 있다.-중략-문화소통단체 ‘숨’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힙합고 D반 같은 작품을 앞으로 매년 한 작품씩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따라서 스트리트 댄스라는 대안예술의 무대화도 계속 진화할 전망이다.”

부산의 절경과 삶의 새로운 해석

저자는 부산의 풍경을 ‘끊어짐의 미학’이 있다고 전하다. 산, 바다, 강에서 툭 끊어지는 덕에 부산은 늘 아득한 풍광을 보여준다고.

“산에서는 발아래의 툭 끊어진 바다를, 바다 위에서는 또 아득히 툭 끊어진 물을 되돌아보게 한다. 강에서는 ‘산은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툭 끊어짐과 맞딱뜨리게 된다. 부산은 자연으로만 본다면 절경이다.”

부산 특유의 거친 말투에 대한 해석도 재미있다. 저자는 ‘됐나?’ ‘됐다!’, ‘밥 문나’, ‘단 디 해라’, ‘니 내 존나’, ‘만다꼬’ 등 부산의 짧은 언어를 두고 “실질성을 좇는 부산 사람들의 기질을 단적으로 증거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비록 외양은 거칠고, 투박하고, 무뚝뚝하지만, 그 속에 담겨진 실질적인 것에서 부산 사람들은 쾌와 감탄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결국 저자는 부산미에 대한 접근을 통해 숨겨진 부산의 매력을 쫓는다. 아니, 정확히는 알려지지 않은 매력이다. 부산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사진제공=부산일보, 문화소통단체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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