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고소했다. 내 몸의 권리를 찾기 위해."
"부모님을 고소했다. 내 몸의 권리를 찾기 위해."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1.28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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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쌍둥이 별' 장기기증, 맞춤아기 등 윤리적 논란 소재 다뤄

[북데일리] 내 이름은 안나. 13살이야. 얼마 전 우리 집의 평화가 깨졌어. 나 때문이지. 부모님을 고소했거든. 어린애가 무슨 까닭으로 그런 험한 일을 벌였냐고? 별 거 없어, 내 몸의 권리를 찾고 싶었을 뿐이야.

나는 엄마 사라와 아빠 브라이언 사이에서 태어났어. 정확히 말하면 ‘만들어졌지’. 둘 째 언니 케이트가 두 살 때였어. 등에 멍이 발견됐지. 백혈병이라더군. 기겁한 부모님은 언니를 살리려고 나를 ‘맞췄어’.

그 일은 의사들이 맡아 했어.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를 가지고 언니의 유전자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나를 ‘창조‘했지. 그래, ’맞춤아기‘라는 거야.

그렇게 태어난 나는 지금까지 언니에게 뭐든 걸 줬어. 제대혈,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까지. 그 때마다 난 아파도 참아야했어. 몸에 주사를 꼽은 채 골수가 뽑히는 걸 그저 바라만 봐야 했지. 멍이 들고 뼈가 욱신거려도 어쩔 수 없었어. 내 몸속 줄기세포를 더 많이 발화시키는 주사를 맞을 때도 입 다물고 있어야 했지.

누구도 내 의사를 묻지 않았어. 단 한 번도.

더 이상 그렇게 살 수는 없었어. 내 몸이 아픈 건 둘째 문제야.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오직 언니를 위해서라는 것, 지금도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나에 대한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변호사를 찾아갔어. 그의 이름은 캠벨 알렉산더. 시간당 200달러짜리 변호사라더군. 나는 136달러 87센트를 내밀고, 도와달라고 했어.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더군. 재판도 전에 부모는 백기를 들고, 자신의 평판은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오산이었지. 엄마는 전직 변호사야. 직접 자신의 변호를 맡겠다고 나섰지. 아빠는 내 편에 서겠다고 선언했어. 그렇게 우리 가족은 편을 갈라 법정에서 부딪히게 됐지. 어떻게 될까. 우리 가족은 이렇게 끝장나는 걸까. 그리고 나는? 내 몸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까?

▲조디 피콜트의 소설 <쌍둥이 별>(이레. 2008)의 줄거리를 주인공 안나의 독백으로 재구성했다. 소설은 언니의 치료를 위해 태어난 안나가 부모를 고소하겠다고 변호사를 찾아가며 시작된다.

소설의 화자는 계속 바뀐다. 각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독특한 구성이다. 소설은 장기기증, 맞춤아기, 자녀에 대한 부모의 통제권 등 윤리적 논란이 될 만한 소재를 다뤄 미국의 각종 토론 프로그램에 단골로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알렉스 어워드 수상작으로 내년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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