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희망의 편지...'뭉클한 감동'
딸에게 보내는 희망의 편지...'뭉클한 감동'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1.28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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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담아낸 희망과 포부가 아름다웠던 편지낭독회

<왼쪽-독자 강선옥, 시계방향으로 시인 윤예영, 소설가 해이수, 소설가 이만교, 시인 이문재>
“딸아, 이제는 희망을 말할 수 있어 다행이구나.”

[북데일리] 독서지도사 강선옥 씨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27일 저녁 7시 편지 낭독회 현장. 강 씨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지수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공개했다. 읽는 내내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 떨림 사이로 눈물이 배어 나왔다.

강 씨의 편지엔 그녀의 지난 7년이 들어 있었다. 남편의 교통사고, 산소 호흡기를 단 채 누워 있던 남편의 얼굴, 경제적 어려움, 가난에 쫓겨 이삿짐을 꾸려야 했던 일, 느닷없이 찾아온 우울증까지. 고단했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를 극복할 수 있게 힘을 준 사람은 다름 아닌 강 씨의 딸 지수.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아빠의 손발을 작은 손으로 닦아내던 딸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지수가 4살이었을 무렵, 그녀는 우울증에 시달렸다. 아이에게 화도 많이 냈고 그로 인해 자책 또한 잦았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 때 역시 딸이 강 씨를 일으켜 세웠다. 유치원 공개 수업에 갔을 때 우두커니 혼자 앉아 있는 딸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든 것. 다시 살아야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는 낭독 내내 딸에게 ‘미안해’와 ‘고맙다’를 되뇌었다. 마지막에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면 좋겠다”며 웃었다. 진심 어린 강 씨의 편지에 박수가 터졌다. 어머니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보인 참석자도 있었다.

앞서 벌어졌던 작가들의 편지 낭독에선 글쓰기의 다짐을 들을 수 있었다. ‘문은 벽에다 내는 것이다’라는 제목의 편지를 읽은 시인 이문재는 “좋은 편지는 글 쓴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그 다음을 가능하게 한다”며 “앞으로 시를 편지쓰듯이 해보겠다”고 밝혔다. 시를 안 읽는 요즘, 독자들에게 시가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달팽이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들고 나온 소설가 이만교는 “달팽이처럼 비록 느리더라도 전 생애를 변화시키는 걸음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 밖에 소설가 해이수와 시인 윤예영은 ‘가을의 안부편지’를 주고받았다. 임정섭 파이미디어 대표는 ‘이 세상의 모든 을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로 바른 삶과 희망에 대해 말했다. 소설가 김다은은 프랑스 시인 아폴리네르의 연서 ‘나흘씩이나 내 사랑아’를 들려줬다.

<왼쪽-북밴, 오른쪽-이루다>
이번 낭독회의 부제는 ‘가을 편지, 음악적이고 불가사이하고 향기로운’이었다. 그런 만큼 노래 공연도 돋보였다. 문학을 노래하는 밴드 북밴과 독자 이루다 씨는 행사 중간 중간 노래를 들려주며 흥을 돋궜다.

이날 행사는 ‘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이 주관했다. 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은 김다은을 주축으로 약 30명의 작가들이 모여 서간체 문학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단체다. 사회는 시인 허금주가 맡았다. 홍대 그리스 음식점 ‘그릭조이’에서 열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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