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신윤복? 대장부 신윤복 진면목
예쁜 신윤복? 대장부 신윤복 진면목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1.25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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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기개 넘치는 삶...방송과 큰 차이

[북데일리] 신윤복은 예쁘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 영화 ‘미인도’의 김민선 덕이다. 역사 왜곡이라는 사학계의 우려도 들리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여장 남자 신윤복에게 열광하고 있다.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심리일 터. 예쁜 신윤복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원작 소설 <바람의 화원1,2>를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려놨다. 미인도는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공개한 전시회도 성황이었다고 한다.

<소설 신윤복>(미래인. 2008)은 그 틈을 비집고 나온 소설이다. 여기서 신윤복은 남자다. 그냥 남자도 아닌, ‘열혈 대장부’다. 요즘 신윤복과는 정반대다. 이쯤에서 등장할 수 있는 의심 하나. ‘신윤복이 인기 있으니까, 거기에 편승하려고 나온 책 아니야?’

출판사와 작가 백금남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공교롭게도 신윤복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시점에 출간되긴 했지만, 이 소설은 삼류 기획소설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탄탄한 구성과 밀도 있는 문체, 중량급 작가다운 내공이 돋보이는 노작”이라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작가 역시 “2년 여 동안 혜원 신윤복의 작품세계와 조선 후기 회화사를 집중 탐구한 끝에 펴낸 장편소설”이라고 말한다. 신윤복 신드롬과는 무관하게 철저히 준비한 소설이라는 이야기다.

작품은 신윤복이 김홍도에게 그림을 배웠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이는 <바람의 화원>과 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의 견해와 일치한다. 신윤복이 인생의 전기를 맞게 된 건 거지 화가 최북을 만나면서부터다. 김홍도는 최북에게 틀에 얽매이지 않는 법을 배우라며 신윤복을 최북 곁으로 보낸다.

이후 신윤복은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확립한다. 하지만 원색적이고 도발적인 세속 묘사로 조정과 그의 동료들에게 반감을 산다. 결국 시중에 나도는 춘화의 작자로 몰리며 문중에서 쫓겨난다.

길 밖으로 내몰린 신윤복은 스승 최북이 그랬던 것처럼 야인같이 살아간다. 춘화를 그려 번 돈으로 투전을 일삼으며 방탕한 삶을 보낸다. 그러던 중 어린 시절 사랑했던 여인 송이를 다시 만나면서 인생은 파국을 치닫는다. 그 과정에서 걸작 ‘미인도’가 탄생한다.

소설 속 신윤복은 호방하고 기개가 넘친다. 드라마 속 문근영의 촉촉이 젖은 눈, 앙증맞은 사내 흉내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음은 자신의 예술 세계를 몰라주는 사람들에게 일갈하는 대목이다.

“본질이 무엇이겠소? 존재의 본질이 무엇이오? 바로 직관이지. 직관은 또 무엇이오? 느낌이지. 그렇다면 그것을 잡아채는 데 이만한 물건이 어디 있겠소? 그런데 그대들은 아니라고 하오. 그 모든 것이 성(性)을 타파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결국에는 이것에서 꽃이 필 터인데 그대들은 아니라고 하오. -중략- 양반네들이 말처럼 욕정에 날뛰며 달려드는데 심드렁하게 담뱃대를 물고 천장을 쳐다보는 표정 없는 우리의 누이들이 있소. 그녀들은 어떡하오. 그녀들은 누가 안을 것이오. 그대같이 고고한 병자들이? 어림없는 소리!”

‘예쁜’ 신윤복에게 익숙한 독자들에게 ‘야인’ 신윤복은 어떻게 다가올까. 오히려 어색하진 않을까. 어쩌면 신윤복의 새로운 풍모에 또 다른 환호가 터져 나올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신윤복을 취향대로 상상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났으니, 이래저래 독자들은 즐겁다.

(사진=드라마 ‘바람의 화원’, 영화 ‘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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