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를 비판한 학자'에 날선 비판
'퇴계를 비판한 학자'에 날선 비판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1.18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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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퇴계혁명' ..."이이화, 이덕일, 박노자 주장 잘못됐다"

[북데일리] 비전공자이면서도 퇴계 이황 전문가로 알려진 김호태 씨가 퇴계 살리기에 나섰다. 그는 신간 <퇴계 혁명>(미래를여는창. 2008)에서 21세기 퇴계의 의미를 살펴본다.

헌데 그 방법이 ‘도발적‘이다. 퇴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유명 인사들의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날선 비판을 날린다. 그가 칼을 들이대는 대상은 이진우 계명대 총장, 서양철학자 탁석산, 재야 사학자 이이화,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강명관 전 서울대 대학원장, 박노자 오슬로대학 교수,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다. 여기에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들까지 싸잡아 비판한다.

먼저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들. 저자는 서울대학교의 한국사 교재인 <한국사 특강>(서울대학교출판부. 2005)을 예로 든다. 다음은 <한국사 특강>의 일부다.

“...이이가 ‘만일 주자가 참으로 이기가 호발한다고 생각하였다면 주자도 잘못된 것이니 어찌 주자가 되랴’고 한 말에서 그의 기발리승일도설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이상 16세기 심성론에 비추어본 퇴율의 상이점은 퇴계 이황이 주자 성리학의 완벽한 이해와 철저한 계승에 충실하였음에 대하여 율곡 이이에 와서는 그 문제점을 보완하여 이론적 심화를 보이면서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볼 수 있겠다.”(p368)

이를 두고 저자는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들이 “사상의 흐름을 획일적으로 보고, 이 땅의 사상가로서 퇴계의 주체성을 고려하지 않으며, 이웃한 동양철학 전공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충실히 참고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서울대의 한국사 교재는 주자학의 조선적 전개를 주자->퇴계->율곡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됐다. 저자는 “율곡은 고봉 기대승 계열”이라며 “율곡은 고봉의 논리를 기반으로 해서 붕당시대의 대표적인 이론가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평한다. 그러면서 “고봉이 좀 더 오래 살았다면 과연 율곡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한다.

또 그는 “서울대 교재는 퇴계에 대해 주자학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철저한 계승에 충실했다고 쓰고 있는데, 이는 사상가로서의 퇴계의 주체적인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견해”라고 지적한다.

“퇴계의 학문 연구는 단지 주자학을 습득하는 데 목적이 있었을까. -중략- 퇴계는 주자학의 이념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면서도, 16세기 조선의 특별한 시대적 요구에 직면하여 ‘실천을 위한 무기’로 창조적으로 재구성했던 사람이다.”

이름값 높은 재야 사학자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10>(한길사. 2000)도 뭇매를 맞는다. 저자는 이이화가 퇴계 이론을 보수적이라고 규정한 점을 문제 삼는다. 그는 “16세기 당시의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퇴계의 철학 행위는 훈구, 척신의 지배를 극복하고 사람의 시대를 열기 위한 실천적 목적에 집중되어 있었다”며 “이론에서나 실천에서나 퇴계는 보수적 사상가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대표 진보 논객인 박노자 교수의 “퇴계는 수많은 노비를 부리며 살았던 귀족”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퇴계의 모습을 오늘의 잣대를 가지고 비판할 수 없다”며 맞불을 놓는다. 한 때 화제를 모았던 탁석산 박사의 <한국의 정체성>(책세상. 2000)에 나오는 “퇴계는 우리의 정체성과 관련이 없다”는 구절에 대해서는, “퇴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경천동지할 말”이라며 꼼꼼한 논리를 들어 비판한다. 이 밖에 숱한 실명 비판이 눈길을 끈다.

저자가 이런 ‘겁 없는’ 도전을 한 건 세간에 알려진 퇴계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한국적 인문학 출현의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해서다. 그는 서문에서 “가장 불행한 책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책”이라며 “비판에 비판이 이어지면서 이 시대 퇴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저자의 날선 비판에 학계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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