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내가...' 원작자 박현욱의 첫 소설집
영화 '아내가...' 원작자 박현욱의 첫 소설집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1.14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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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대고 어긋나는 남녀관계...8개 단편에 담아

[북데일리] 박현욱은 요새 가장 잘 나가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 덕이다. 극도의 부진에 빠져 있는 충무로에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100만 관객을 넘기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선전 중이다. 드라마로도 제작된다고 한다.

덩달아 2006년 출간된 원작 소설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결혼한 아내가 또 다른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는 발칙한 상상력의 소설은 현재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자신감의 표현일까. 작가의 첫 소설집 <그 여자의 침대>(문학동네. 2008)의 띄지에는 그의 얼굴을 담겨 있다. 소설 띄지에 작가의 얼굴을 싣는 건 흔치 않은 일.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는 이상 하지 않는 드문 방식이다.

책엔 남녀 간의 애정관계를 다룬 총 8개의 단편이 실렸다. 하지만 달콤한 연애소설은 아니다. 무언가 어긋나고 삐걱되는 관계를 주로 다룬다.

표제작 ‘그 여자의 침대’는 침대 사이즈에 묘한 집착을 보이는 여자의 이야기다. 혼자 사는 주인공은 낡은 철제침대를 가지고 있다. 별 생각 없이 누워 자던 그녀는 애인이 생기면서 마음을 바꾼다. 그를 위해 좀 더 넓은 침대를 원하게 된 것.

인터넷을 통해 침대를 알아본 주인공은 침대 사이즈 때문에 고민한다. 폭 120cm의 슈퍼싱글이 적당하지만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기 때문이다. 남자와 상의한 끝에 140cm의 더블을 사는 여자. 그러나 곧 낙심한다. 넓어진 20cm가 주는 적막감 탓이다.

결국 침대를 바꾸기로 결심하고, 쇼핑몰 직원과의 말다툼 끝에 교환에 성공한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의 고집에 기가 찰뿐이다. 사라진 폭 20cm의 자리는 “남자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사라진 이십 센티미터의 폭은 남자의 공간이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넓은 침대로 인한 불안감이 더 컸다. 침대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줄어든다해도 그때까지 견디지 못할 것이다.”

이런 엉뚱한 상황을 통해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타인과의 관계 맺기의 난망함을 보여준다.

이 밖에 1년 간 연체된 도서를 통해 기억을 끄집어내는 ‘연체’, 19살 프로 바둑 기사 지망생의 이야기를 그린 ‘이무기’, 아내가 집을 나간 후 다이어트를 시작한다는 남편의 독백을 담은 ‘그 사이’ 등이 입맛을 당긴다.

한편 이번 소설집에 대해 양윤의 문학평론가는 “박현욱의 연애담은 가벼우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담고 있다”며 작가를 두고 “총잡이나 신봉자가 아니라 익살맞은 아이러니스트”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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