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내가 찾던 바로 그 문장...‘소설의 첫 문장’
[신간] 내가 찾던 바로 그 문장...‘소설의 첫 문장’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1.10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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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문장> 김정선 지음 | 유유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마음에 달빛 같은 한 문장이 스며든 순간, 책과 독자의 첫 만남은 성공적인 셈이랄까. 첫 문장에 마음이 동한 순간, ‘이 책은 내 것이구나’ 싶어진다. 그만큼 첫 문장은 강렬하다.

<소설의 첫 문장>(유유.2016)은 그런 소설의 첫 문장 242개를 모아 엮고, 그 문장들을 삶으로 불러내 짧은 단상과 소소한 이야기를 곁들인 책이다. 작가가 좋아했던 첫 문장이 내가 좋아한 문장과 겹친다면 공감의 폭은 배가 될 터다.

가령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나는 고양이다." 최수철의 <침대> "나는 침대다."라는 첫 문장. 누구냐고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정체를 밝혀버린 소설이다. 저자는 이런 존재를 부럽다고 표현한다. 언제 어디서든 또 누구에게든 자신을 주저 없이 분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첫 문장과 끝 문장이 동일한 경우도 있다. 헤르타 뮐러의 <마음 짐승>의 첫 문장이다. "침묵하면 불편해지고, 말을 하면 우스워져..." 소설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 배수아 특유의 언어적 독설로 읽는 내내 따끔거릴 법한 <독학자>의 첫 문장은 신기하게도 단 세 글자다. 바로 "긴 문장"이다. 저자의 말처럼 형용사의 관형형과 명사의 조합으로 문법적으로는 사실 문장이랄 수 없다. 그러나 시적 허용이 그렇듯 문법 파기가 주는 여운은 첫 문장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읽기의 즐거움을 이렇게 느껴볼 수도 있구나’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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