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된 꽃다발 속 비수같은 메모
배달된 꽃다발 속 비수같은 메모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1.13 0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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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죄를 안다"...온다 리쿠의 신작 소설

[북데일리]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일본 작가 중 한 명인 온다 리쿠. 그녀의 과거 작품이 번역, 출간됐다. 장편소설 <목요조곡>(북스토리. 2008)이다. 일본에서는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던 인기작이다.

제목 목요조곡은 ‘목요일의 모음곡’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목요일은 작품 속 천재 소설가 시게마츠 도키코가 좋아했던 요일이다. 그녀는 4년 전 자신의 집 우구이스 저택에서 독이 든 물을 마시고 자살했다.

주인공은 이런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2월 둘째 주 목요일을 전후하여 모이는 다섯 여자다. 도키코의 이복자매 시즈코, 시즈코의 사촌인 에리코, 도키코의 조카인 나오미, 나오미의 이복자매 츠카사, 도키코와 함께 지냈던 편집자 에이코가 도키코의 기일이 낀 주의 목요일을 전후해 3일 동안 연회를 연다.

사건은 5주기다 되는 날 벌어진다. 저택에 모인 그녀들 앞으로 꽃다발이 도착한 것. 발신인은 후지시로 치히로라는 의문의 인물로 꽃 안의 카드엔 의미심장한 문장이 적혀 있다.

“여러분의 죄를 잊지 않기 위해, 오늘 이 장소에 죽은 이를 위한 꽃을 바칩니다.”

처음에는 다들 기분나빠하다가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던 중 시즈코는 당황해 하며 한 마디 내 뱉는다.

“내가 도키코 언니를 죽인 거야.”

그렇게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5명 모두 4년 전 그날의 기억을 되살려 사건을 재구성한다.

이처럼 <목요조곡>의 매력은 모든 내용이 주인공들의 기억을 통해 진행된다는 점이다. 기억 속에서 그녀들은 위기에 처하거나 공포를 느낀다. 기억을 끝내고 다시 현재로 되돌아오면 다시 편안한 기운이 자욱하다. 이런 기법은 과거의 위기와 고통을 더 극대화시켜 소설을 한껏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이렇게 과거의 사건으로 현재를 풀어가는 방식은 후에 <네버랜드>와 <흑과 다의 환상>에서 더 정교해진다. 그 두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목요조곡>에서 작가의 색다른 전개방식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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