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우울증, 낙서로 이겨낸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우울증, 낙서로 이겨낸다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1.12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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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연극 연출가의 적나라한 우울증 고백...공감 불러와

“나는 거의 평생, 우울증 세계를 들락날락거렸다.”

[북데일리] 그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을 만큼의 부와 명예를 거머쥔 여성 엘리자베스 스와도스의 고백이다. 그녀는 잘 나가는 연극 연출가다. 배우 메릴 스트립과 공연한 연극 ‘Alice in Concert'를 비롯해 30여 편의 연극을 연출했다. 다수의 영화, TV 대본 작업도 했다. 작곡 능력이 있어 영화와 TV 음악을 작곡했고, 이를 가지고 카네기홀에서 공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소설, 비소설, 아동서 등을 쓴 작가다.

이런 그녀가 우울증이라니. 이유가 뭘까. 원인은 여러 가지다. 스와도스는 단순히 계절이 변하거나 가족이나 친구가 죽었을 때 우울증을 앓았다. 사람들에게 거절이나 모욕을 받았을 때 역시 우울증이 찾아왔다. 때로는 이유도 모른 채 우울증에 시름하곤 했다. 남들과 특별히 다를 바 없이 우울증과 싸워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은 우울증에서 탈출했다. 비결 역시 평범하다. 명상 CD나 좋아하는 음악 듣기, 초콜렛 먹기, 울기, 숙면, 약물치료 등 남들이 우울증 치료로 하는 방법을 전부 동원했다.

신간 <낙서하며 이겨내는 나의 우울증>(문학수첩. 2008)은 이런 그녀의 우울증 탈출기다. 남들과 다를 바 없이 우울증을 앓고, 보통의 치료법으로 우울증을 이겨냈으니, 그저 평범한 에세이 한 권이 나온 걸까. 아니면 평범한 우울증 극복 법을 담은 책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책은 우울증 치료를 위한 책이다. 그녀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 다른 책엔 없는 비결을 소개하진 않는다.

눈여겨 볼 건 책 자체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죽 늘어놓을 뿐이지만 우울증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만하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울증에 관련한 자신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테면 “너무 초조해서 폭발해 버릴 것 같다”, “내가 사람들 앞에서 돌아 버릴 것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밖에는 왜 나가? 이렇게 늙고, 뚱뚱하고, 추해졌는데” 같은 문장이 그렇다.

이렇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고, 마지막에 던져주는 긍정적인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효과를 극대화시켜주는 건 그림이다. 사실 이 책은 글보다 그림이 더 많다. 그림이래봤자 지저분한 낙서에 가깝지만, 우울증을 앓는 심리 상태를 절묘하게 대변해 준다. 킥킥거리며 웃을 수 있는 익살 또한 엿보인다.

우울증이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 수는 2007년 52만 5,466명으로 5년간 33%가 급증했다. 우울증에 걸린 유명인의 자살과, 묻지마 살인도 잇달아 터지고 있다.

우울증은 분명 병이다.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우울증으로 고민하는 독자라면 <낙서하며 이겨내는 나의 우울증>으로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

(사진제공=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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