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고르는 게 아니라 한쪽을 버리는 것
"선택은 고르는 게 아니라 한쪽을 버리는 것
  • 북데일리
  • 승인 2005.11.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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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사상에 반대한다. 하지만 당신의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탄압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편에 서서 싸울 것이다.” - 볼테르

남북 정상회담의 감동과 이산가족 상봉의 기쁨이 아직도 눈앞에 삼삼할 때, 책꽂이 한쪽 구석에 잊혀진 듯 조용히 꽂혀있는 책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 <0.75평 지상에서 가장 작은 내 방 하나>(창. 2000)속에서 볼테르의 `신념`과 이산가족 `상봉`처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가지 `사건`을 잇는 거미줄 같은 인연을 발견한다.

먼지 쌓인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면서 `사람`이고 싶고, 사람이기 때문에 `믿음`을 잃기 싫어 전향서를 쓰지 않고 고통을 감내하는 `범법자`들의 삶을 체험한다.

분단 조국의 현실과 그 아픔을 숨가쁘게 토해놓는 책은 비전향장기수 7인의 삶을 통해 ‘비극적 역사는 끝나야 한다’는 신념을 역설한다.

"탄압받는 사람들의 처지에서 보면 거대한 폭력에 대항한 작은 승리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의 존재를 확인하는 의미였다. 나의 패배는 동지로서 함께 살아온 선생들의 패배이고 죽어간 동지들이 제 생명과 바꾸며 지키려고 했던 가치들에 대한 배반이었다. 살려고 하면 비굴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죽기를 결심했다. 그러자 삶이 버겁지 않고 용기가 생겼다. 어떤 폭력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었다. 나는 앞에 나서서 일을 하고 싸울 때 나는 물러선 적이 없다. 과감하게 따라나섰다. 나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 차라리 죽음을 택했다." (본문 중)

25세부터 70세까지 45년의 세월을 교도소에서 보낸 양심수 김선명은 언론 인터뷰에서 "선택은 어느 한 쪽을 고르는 게 아니라 다른 한 쪽을 버리는 것"이라며 사람이 자유를 얻기 위해 치러야할 갈등과 고통을 털어놓는다.

무수한 선택의 인생 기로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다른 한 쪽’을 버려온 것일까. 비전향 장기수의 꿈과 현실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통일의 꿈은 달콤하지만, 분단의 현실은 아프다.

(그림 = 들라크루아 작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1년, 캔버스에 유채 260 ×325cm 루브르미술관) [북데일리 이재은 객원기자] blue_z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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