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연의테마동화]그림책, 베토벤 바이러스에 감염되다
[신주연의테마동화]그림책, 베토벤 바이러스에 감염되다
  • 신주연 동화전문기자
  • 승인 2008.11.11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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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베토벤 바이러스> 1회에서는 "클래식은 네모다."라는 질문을 통해 두 강건우의 인연을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오케스트라는 네모다." 이 정의는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요? 극 중 작은 건우의 말처럼 "함께해서 즐거운 것"일까요?

<신나는 음악의 세계로>(2008. 비룡소)에서는 오케스트라를 '현악기를 중심으로 관악기와 타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악단'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넓게는 다양한 현태의 악단을 모두 오케스트라라고 칭한다고 덧붙이네요. 네모안에 넣기에는 너무 긴가요?

소리에 의해 질서를 갖는 오케스트라의 자리 배치

이제 간단하게 오케스트라를 정의했으니 객관적으로 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면 오케스트라의 자리배치가 늘 일정함을 알 수 있지요? <오케스트라 이야기>(2007. 큰북 작은북)를 통해 각 악기별 위치를 확인해 볼까요?

우선 지휘자를 중심으로 가장 왼쪽에 제 1 바이올린을 배정합니다. 제 2 바이올린이 그 옆에 앉지요. 지휘자 오른쪽으로는 첼로가 앞에, 비올라가 그 뒤에 앉습니다. 더블베이스는 비올라 뒤에 자리 잡습니다. 현악기파트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그리고 더블베이스는 청중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연주를 합니다. 그러니까 늘 오케스트라 가장 왼쪽에 앉아있던 두루미는 제 1 바이올린이 되는 거죠.

그럼 중심부엔 누가 자리 잡을까요? 목관악기인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섹소폰, 바순이 그 주인공입니다. 목관악기의 소리는 잘 울려 퍼져서 다른 악기들과 함께 연주할 때 쉽게 들리기 때문이죠. 극중 가까운 자리에서 플룻을 연주하던 하이든과 오보에를 연주하는 김갑용의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그들을 중심으로 가장 뒤에는 금관악기가 자리 잡습니다. 트럼펫을 불던 배용기, 그리고 강건우가 가장 뒤에 있던 것을 이러한 자리 배치 때문이랍니다.

참, <오케스트라 이야기>라는 책에 동봉된 CD에는 35곡의 클래식 곡이 수록되어있는데, 그 중 5곡은 <베토벤 바이러스>에 나왔던 곡이랍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 된 테마음악인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1악장과 4악장, 10회에서 감동적인 공연으로 선보였던 합창교향곡 4악장, 5회 공연 때 선보였던 로시니의 윌리엄텔 서곡과 브람스의 '헝가리무곡'. 그 외에 기차역에서 루미가 연습했던 곡인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F장조'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숨은 공신, 베토벤

이제 오케스트라에 대해 살펴봤으니 본격적으로 음악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가장 익숙한 음악은 누가 뭐라해도 <베토벤 운명교향곡 1악장>입니다. 이곡은 1802년경 자살까지 생각하며 절망적인 시기를 보냈던 베토벤이 죽음대신 음악을 선택하며 완성한 곡입니다. 운명과 싸우는 인간의 의지를 표현한 이 곡에는 절망과 맞서 싸운 베토벤의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이 웅장한 음악덕분에 극의 분위기가 한층 강렬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사실 주제곡뿐만 아니라 베토벤이 이 드라마에게 선물한 것들은 극의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우선 강마에라는 인물을 완성하는데 있어 베토벤의 공로가 제법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와 흡사한 헤어스타일과 괴팍한 성격, 불우한 어린 시절 등이 강마에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지 않나요?

<음악의 성인 베토벤>(2006. 비룡소)에서는 알콜중독자인 아버지에게 시달리며 맹연습을 하던 그의 어린 시절부터 청력을 잃은 절망을 이겨내며 음악으로 승화하는 과정을 그림과 사진자료와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베토벤이 사용했던 그랜드 피아노와 직접 갈겨 쓴 월광소타나 악보, 그리고 미셸 카자로프가 1930년대 초에 그린 베토벤의 초상도 감상할 수 있답니다.

강마에의 내면을 연주했던 쇼팽의 겨울바람

한편 베토벤이 강마에라는 인물의 강인함과 고집스러움을 표현했다면 쇼팽은 그의 내면을 보여줍니다. 처음 강마에가 라이벌인 정명환과 나란히 대상에 입상했던 연주장면. 기억하시나요?

쇼팽의 에튀드(연습곡) OP. 25-11. 이 작품은 '겨울바람'이라는 곡명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곡은 쇼팽이 문학계에 명망이 높았던 다글부인에게 헌정한 곡이라고 합니다. 당시 보수주의자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했던 파격적인 작품은 지금까지도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휘몰아치듯 연주되는 피아노의 선율 덕분에 라이벌인 정명환에 대한 질투심, 권력과의 치졸한 싸움에서 오는 괴로움 등 혼란스러운 강마에의 마음을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2006. 비룡소)에서는 이 곡의 작곡가인 쇼팽의 삶과 음악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는 베토벤에 비해 비교적 따뜻한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낭만파시대의 작곡가답게 진한 사랑에 빠지곤 했답니다.

이 책에서는 가우가 1890년에 그린 <쇼팽의 음악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린 쇼팽이 다른 아이들에 둘러싸여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담았답니다. 그 밖에 그가 사랑했던 여인들인 콘스탄체와 조르주 상드의 초상도 엿볼 수 있지요.

클래식을 통해 만나는 특별한 동화

사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리스트,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등 다양한 거장들의 작품이 소개되었지만 아쉽게도 극에서 선곡되었던 곡과 맞아떨어지는 그림책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쯤에서 그들의 곡을 이해할 수 있는, 혹은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는 그림책 몇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피터와 늑대>(2007. 비룡소)입니다.

피터와 늑대는 1936년에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가 어린시절 들었던 늑대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에 클래식 곡을 붙인 색다른 작품입니다. 1936년 초연 때부터 큰 성공을 거두며 많은 지휘자와 삽화가에 의해 다양한 작품이 선보여왔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이 그림책을 추천하는 것은 독특한 전개방식 때문입니다. 마치 실제 공연을 하듯 각 악기의 역할을 소개하며 시작하는 도입부 덕분에 이야기 전반에 걸쳐 풍부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답니다.

다음으로 소개할 책은 <백조의 호수>(2006. 베틀북)입니다. <백조의 호수> 차이코프스키가 처음으로 쓴 발레음악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단들이 정기적으로 공연할 만큼 유명한 작품이지만 차이코프스키가 살아 있을 때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백조의 호수는 무용에 종속되어 있던 음악을 단순히 보조하는 반주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무용과 대등한 지위로 수준을 올린 걸작이랍니다.

이 작품을 그림으로 펼쳐 낸 리즈베트 츠베르거는 독일 출신의 그림 작가입니다. 역사적이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즐겨 그려 주로 안데르센 동화를 많이 그렸다고 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맑은 수채화로 담백하고 평면적으로 그려 내며 '백조의 호수'라는 작품이 갖는 우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 <베토벤의 영웅교향곡>(2005. 책그릇)은 '영웅교향곡'이 탄생하기까지 베토벤이 겪는 고뇌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신동소리를 들으며 화려한 음악인생을 살았던 베토벤이 소리를 잃어가며 좌절하고 극복하며 작품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통해 그의 음악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답니다.

이 밖에 클래식이나 악기를 주제로 한 다양한 그림책들도 있습니다.

<피아노치는 늑대 울피>(2007. 고래이야기)는 교활함의 상징처럼 보여지는 늑대의 섬세한 내면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외로운 피아니스트인 늑대가 친구들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냈죠.

전체적으로 묵직한 톤으로 그렸지만 서정적인 느낌의 비주얼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제22회 싱푸샤 출판상에서 비주얼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한편 <파리에서 만난 스트라도와 바리우스>(2004. 김영사)는 늙고 외로운 바이올리니스트와 어린 바이올린의 여행담을 그려낸 동화입니다. 파리, 프라하, 런던 등을 여행하며 모차르트, 바하, 하이든 같은 클래식 거장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흥미로운 여정이 소개됩니다. 단순한 기행형식에서 벗어나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음악가와 바이올린의 여행담이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오케스트라 대소동(2007. 큰북 작은북), 나와 악기박물관(2004. 미래아이) 등 다양한 그림책을 통해서도 클래식의 선율에 한껏 젖을 수 있답니다.

모처럼 드라마라는 장르를 통해 클래식이라는 아름다운 선율을 만났다면 마음껏 느껴보세요. 감동적인 음악과 함께 여기에 소개 된 그림책까지 곁들여 감상하신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사진=방송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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