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암벽등반-마라톤한 '철녀'
유방암-암벽등반-마라톤한 '철녀'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1.06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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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운동가 곽정란 씨 새 삶 찾는 과정 감동적

[북데일리] 불행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곽정란 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던 독서 운동가였다. 그저 책이 좋았다. 어린이 책을 연구하는 시민운동단체 ‘어린이도서연구회’ 활동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1994년 회장직을 맡으면서 ‘동화 읽는 어른이 되자’,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우리 책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전국적으로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을 만들었다. 사단법인으로 한 단계 올라선 뒤에는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여러 독서운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그렇게 4년이 지난 1998년, 청천벽력 같은 일이 찾아왔다. 유방암 2기 진단. 느닷없는 병마에 어안이 벙벙했다. 여성의 상징인 한 쪽 유방을 잘라내고, 지난한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변했다. 초췌한 몰골의 암환자로? 천만의 말씀이다. 전문 산악인이자 사하라 사막을 달린 마라토너가 바로 그녀다. 신간 <숨은 꽃, 꽃술을 터뜨리다>(젠북. 2008)는 이런 그녀의 10년에 걸친 희망 찾기를 담은 수필이다.

곽 씨가 암을 이겨 내는 데에는 음식과 섭생이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사이코드라마를 통한 치료, 미술 치료, 동작 치료를 더했다. 이 때 예술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그녀는 관련 분야를 공부했고, 2003년 10월 ‘유방의 달’에는 유방암 예술 치유 공연을 기획해, 서울여성재단의 도움으로 공연 ‘숨은 꽃, 꽃술을 터뜨리다’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렇게 암과 싸우는 과정에서 그녀는 강해졌다. 내친김에 산에 도전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310m)에 오르더니, 체계적인 암벽 등반을 교육 받아 2005년 한라산 동계 등반, 2007년 일본 북알프스 시로우마다께 설상 등반에 성공했다.

자신감이 생긴 그녀는 거침없이 자신을 단련시켰다. 한계를 시험해보려는 목적으로 2008년 이집트 사하라 사막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50도가 넘는 사막 250여 킬로미터를 10킬로그램의 배낭을 메고 6박 7일 동안 달렸다. 결과는 완주. 게다가 40대 여성 중 1위의 기록이었다.

암의 극복을 넘어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 곽 씨의 삶. 이 정도면 인간승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은 그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커다란 벽에 부딪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암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에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암이란 장거리 마라톤을 뛰고 있는 내 이야기가 암이란 진단을 받고 처음으로 마라톤을 시작한 분들에게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되면 좋겠다. 또 아픈 이를 돌보는 가족에게는 위로를 그리고 아프지 않은 분들에게는 지금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일상의 삶이, 아픈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임을 알리고 싶다. -중략-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젠 혼자 달리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당신과 함께 달린다.”

(사진제공=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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