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삐삐' 팬들이 주목할 책
'말괄량이 삐삐' 팬들이 주목할 책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1.05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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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어머니의 여행소설 국내 최초 출간

[북데일리] ‘말괄량이 삐삐‘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눈이 번쩍 떠질 책이 나왔다. <내 이름은 삐삐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자전적 여행소설 3권이 국내 최초로 출간된 것.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시공사. 2008), <바다 건너 히치하이크>, <베네치아의 연인>이다.

세 작품 모두 한 명의 여성이 주인공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살며 변호사 사무실에서 타자수 겸 비서로 일하는 발랄한 20대 여성 카티다. 책은 카티가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를 여행하며 겪은 일을 그렸다.

각각 독립된 내용을 담았지만 순서별로 보면 더 좋다. 시간 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 여행을 다룬 <바다 건너 히치하이크>. 여기서 카티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난생 처음 해외여행을 떠난다. 미국 여행을 다녀온 남자 친구 얀의 자랑을 참을 수 없어서다.

카티는 노처녀 이모와 미국으로 떠나 패스트푸와 자동차 극장 같은 당대 미국 문화에 감탄한다. 이모의 경우 젊은 시절 첫사랑을 만나 청혼을 받고 미국에 눌러 앉는다.

혼자 돌아온 카티는 친구 에바와 축구 로또에 당첨돼 큰 상금을 받는다. 그래서 떠난 곳이 이탈리아다. <베네치아의 연인>에서 그녀는 밀라노, 베니스, 나폴리를 관광한다. 거기서 카티는 우연히 소꿉친구 렌나르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급기야 렌나르트는 그녀에게 청혼하고 둘은 결혼한다.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은 둘이 신혼 여행지로 선택한 파리 여행기다. 둘은 에펠탑, 샹젤리제, 몽마르트 언덕 등 파리의 명소를 거닌다. 예술가와 철학가들이 논쟁을 펼쳤던 카페에 머물러 한껏 감상에 빠져보기도 한다.

책은 유쾌하고 발랄하다. 재치 넘치는 묘사와 생동감이 책 전체에 흘러넘친다. 이를테면 카티가 신발을 잃어버리는 장면이 있다.

“상당히 빠른 걸음으로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마침 버스가 출발하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미 달리기 시작한 버스에 올라타려고 훌쩍 뛰어올랐다. 그런데 아뿔싸! 그만 왼쪽 구두가 벗겨지고 말았다. 그 갈색 구두는 아스팔트 위에 홀로 나뒹굴었고 버스는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우아! 우아! 우아! 그 모습을 본 버스 안 승객들이 잇달아 감탄사를 내뱉었다. 나를 신데렐라에 빗대어 기분 좋은 농담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바다 건너 히치하이크> 44p

린드그렌의 인생관과 닮은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 또한 돋보인다. 아래는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 중 한 대목이다.

“세상에는 동화도 있고 노래도 있고 책도 있어. 세상에는 사람도 있고 그들 중 몇몇은 네 친구가 될 거야. 또 꽃들이 있어. 꽃은 쓸모 있지는 않지만 아름답단다. 그게 꽃이 존재하는 이유지. 정말 아름답고 황홀하지 않니? 그리고 숲과 호수와 산과 강과 도시들은 온 세상에 고루 퍼져 있단다. 언젠가는 너도 보게 될 거야. 그래서 네게 말한다, 아들아. 세상은 살아 볼 가치가 있는 곳이란다. 삶은 선물이야.” 216p

삶에 활력을 줄만한 소설이다. 따뜻하고 밝은 이야기가 그리운 독자에게 권할 만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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