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정국엔 아나키스트가 있었다
해방 정국엔 아나키스트가 있었다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1.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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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창 선생의 생생한 경험담...빛바랜 역사 복원

<일본에서 활동하는 아나키스트인 필립 빌링스리 교수 부부의 방문을 맞아 기념 촬영한 아나키스트들>
[북데일리] 우익의 김구, 이승만, 좌익의 여운형, 박헌영. 해방정국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누구나 쉽게 떠올릴 이 인물들. 그러나 좌도 우도, 그렇다고 중도도 아닌 제2의 세력이 있었다. 아나키스트로 불리우는 무정부주의자들이다.

신간 <해방 공간의 아나키스트>(이학사. 2008)는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아나키즘을 재조명한다. 저자는 국민문화연구소 명예회장과 자유공동체연구회 상임고문으로 활동 하고 있는 이문창 씨. 10대 후반 아나키즘운동에 투신한 한국 아나키즘운동의 산증인이다.

올해 80세의 노장인 그가 세월을 거슬러 아나키즘을 다시 끄집어 낸 이유는 의무감 때문이다. 그는 출간경위에 대해 “그 시대를 살던 증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 아나키스트들의 고결한 풍도와 원대한 이상을 후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며 “그 어른들의 혼령 앞에 조그마한 위로의 말씀이라도 드려야겠다는 것이 나의 마지막 남은 의무감”이라고 밝혔다.

책은 해방 이후 근근이 이어진 아나키즘운동을 소개한다. 아나키스트와 민족진영 사이의 매개체 역할을 하던 ‘무명회’, 아나키스트들의 아지트였던 예관동 24번지 유정렬 선생의 집, 종로통과 남대문시장을 누비던 ‘흑백회’ 등이 저자의 기억에 의해 생생히 되살아난다. 그 과정에서 이을규, 이정규, 김지강, 김형윤, 이석규, 이규창 등의 아나키스트들의 활약상이 펼쳐진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혁명위원회의 최초 조명이다. 한국혁명위원회는 아나키스트계와 민족진영 세력이 연합해 만든 조직이다. 미국과 소련의 점령 의지에 반발해, 민족의 자유를 도모하는 혁명을 계획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한국혁명위원회의 경우 거의 알려진 내용이 없어, 이번 저자의 수고가 특히 빛난다.

저자는 혁명가 출신답게 역사를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나키즘의 21세기적 가치로 ▲민중적 기반 ▲인간 중심의 가치관 ▲자기 결정권 행사 ▲자주 자율의 사회 안전망 ▲노동자 생산협동조합과 협동조합 지역공동체 운동 ▲동아시아 민중 자유연합 운동을 들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것을 충고한다.

“사랑하는 젊은이들이여! 예리한 감수성과 충일하는 생명력의 화신들이여! 그대들이 장차 살아갈 세상을 개척할 자는 그대들 자신뿐이다. 모름지기 지금부터 꿈을 키우고 몸과 마음을 단련하여 그 세상에 들어갈 차비를 갖추자!”

(사진제공=이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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