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푸르메. 2008)은 그가 전하는 글쓰기 노하우다. 노하우라, 적합한 단어일까. 아니다, 노하우는 가볍다. 작가가 지닌 필력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책쯤으로 해두자.
책에는 없는 게 있고 있는 게 있다. 전자는 글쓰기 기술이다. 비유법, 직유법, 상징법 등 온갖 글 꾸미는 ‘법’을 나열한다. 논술 쓰기 요령도 가르쳐 준다. 그런데 다른 글쓰기 책처럼 ‘단어의 중복을 피하고, 단문과 장문을 적절히 배치해 리듬을 타고...’하는 식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는 주옥같은 조언이 가득하다. '있는 게' 바로 이런 금쪽같은 문장이다. 첫 장인 1부 ‘글쓰기란 무엇인가’부터 터져 나온다.
“철학은 의심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의심은 미혹과 오만과 인색함과 옹졸함과 시기 질투 복수심을 그치게 하고, 깨끗하고 넉넉하고 드높은 삶을 보게 하고 그것을 열어가게 한다. 글쓰기는 바로 그 깨달음을 얻어가는 기록이다.”
이런 충고가 줄곧 계속된다. 몇 개 더 소개하면 이렇다.
“수필의 옷은 말하자면 천사의 옷처럼 바느질 흔적이 없다. 어떻게 그러한 옷을 마련할 수 있는가. 그 비법은 가난한 무소유의 마음이 진술하는 진솔함에 있다. 진솔함은 무나 공의 세계 그 자체이다. 우리네 삶도 그러하다.”
“모든 글은 참되게 살다가 참되게 죽어가는 길 가르치기이다.”
“글을 잘 쓰려면 글거리의 냄새를 잘 맡아 찾아내야 하고 그것을 잔인하게 속속들이 관찰해야 한다. 시신을 본 까마귀처럼. 그 글감을 혼자서만 아는 창고에 감추어야 한다. 표범이 사냥한 것을 나무 위에 숨기듯이.”
이렇게 글쓰기의 본질을 말한다. 자칫 글쓰기 기술에만 집착해 깊은 사유와 통찰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실수를 막게끔 한다.
각 장에 실린 예문 또한 볼만하다. 작가의 글은 물론 우리말로 쓴 여러 명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터다. 글을 처음 써보는 사람보다 어느 정도 써온 상태에서 한 단계 올라서려하는 사람에게 더 큰 의미가 있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