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원 들여 180억 '대박 공무원'
3천만원 들여 180억 '대박 공무원'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31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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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청보리밭 축제 기획자 김가성 씨 사연

[북데일리] 3,000만원을 투자해 180억 원 수익을 올린 남자가 있다. 어느 기업의 CEO일까. 아니면 복권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

주인공은 공무원  김가성 씨다. 9급 출신으로 약 20년간 공직 생활을 한 평범한 공무원이다. 

김 씨는 전라북도 고창군에서 고창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 지금은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은 ‘고창 청보리밭 축제’로 대박을 냈다. 2004년 시작한 이 축제의 수익금은 약 180억 원. 축제로 얻은 ‘청정 고창’이라는 이미지까지 더하면 총 수익을 가늠하기 힘들다.

시키면 하고, 말 없으면 안하는 복지부동의 대명사로 알려진 공무원이, 그것도 ‘말단’이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인 걸까. 신간 <180억 공무원>(쌤앤파커스. 2008)에서 그 사연이 있다. 

처음 공직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김 씨는 다른 공무원과 다를 바 없었다. 상명하복에 충실하고, 휴일에는 꼬박꼬박 쉬며 여가를 즐기곤 했다. 그러던 중 인생을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농산물 가격 폭락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농민의 사연이다.

비보를 듣고 경찰관과 함께 현장에 나간 그는 충격에 빠졌다. 미안함이었다. 자신의 이웃이자 고객인 주민들의 삶이 이 지경이 되도록, 자신은 손 놓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혔다.

그때부터 그는 달라졌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골몰했다. 그러다 2002년 떠올린 게 고창 청보리밭 축제다.

축제를 추진하기란 쉽지 않았다. 당장 윗선에서는 그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축제 기획의 결제를 받아야할 부서는 한 둘이 아니었다. 문화관광과장, 농업기술센터소장, 공음면장, 기획실장, 부군수, 군수, 고창군의회의 승낙이 떨어져야 했다. 만날 때 마다 이런 소리를 듣곤 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거나 똑바로 하지 무슨 일을 벌이느냐.”
“꽃이라면 몰라도 조상 대대로 심은 껄껄한 보리 가지고 뭐가 될까?”
“이러다간 읍, 면마다 죄다 축제 하나씩 만들겠다고 나서게 생겼구먼.”
“이거 실패하면 예산 낭비 트집 잡혀서 나중에 시끄러워진다고.”
“하겠다니까 해보라고는 하겠는데 참 걱정스럽네.”
“이게 김가성 씨 원래 업무입니까?”

심지어는 이런 말도 들었다.

“거 참, 정신 나간 친굴세.”

우여 곡절 끝에 승낙을 받아낸 후 그는 바쁘게 뛰어다녔다. 노는 날, 자기 돈을 쪼개 전국의 크고 작은 축제를 찾아다녔다. 벤치마킹을 위해서였다.

승진을 포기하고 축제가 열릴 공음면사무소로 자진해서 내려가기도 했다. 거기서 김 씨는 보리밭 주변 정리, 홍보, 도로 정비 등 모든 일을 도맡아 했다. 예산이 3,000만원으로 적었던 탓에 직접 담근 복분자주 100여 병을 들고 발품을 팔며 홍보를 했다.

실패에 대한 부담감도 그를 괴롭혔다. 이런 악몽을 꾸기도 했다.

“죽음처럼 조용한 보리밭, 그 드넓은 초원 한가운데에 내가 서 있다. 손님은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 찾아볼 수 없고, 찢어진 행사 플래카드는 바람에 나부끼고,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비웃는 소리가 환영과 환청으로 나를 괴롭히는 그런 꿈.”

그러나 걱정과 달리 결과는 대성공. 김 씨의 2년에 걸친 노력은 확실히 보상받았다.

“평생 처음 흘려본 기쁨의 눈물이었다. 슬퍼서, 가슴 아파서 흘리는 눈물은 자주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기뻐서 흘리는 눈물’을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눈물이니, 사십 줄을 훌쩍 넘긴 사내가 사람들 앞에서 주책없이 울면서도 하나도 창피하지 않았다.”

책은 축제 성공과정 외에 공무원만이 가진 장점과 이를 활용해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전한다. 또 김 씨가 지금까지 겪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도전 정신을 강조한다. 누구에게나 자극이 될 만한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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