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 사랑찾아 사막에 간 여성
26년 전 사랑찾아 사막에 간 여성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31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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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에 마음 흔들려...영화 같은 구성 눈길

[북데일리] 종종 사막은 절망의 다른 이름으로 쓰이곤 한다. 인간의 생존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황량함 때문이다.

장편소설 <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작가정신. 2008)에서의 사막은 조금 다르다. 주인공 몬세는 절망의 끝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막으로 향한다. 사막에 뭐가 있기에? 바로 사랑이다. 26년 전 열렬히 사랑했던, 하지만 지금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한 남자, 산티아고다.

이야기는 스페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작된다. 45살 의사 몬세는 일 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딸을 잃었다. 바람을 피운 남편과는 별거 중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장의 사진이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 온 여자의 가방에서 떨어진 사진이다. 우연히 그녀가 본 사진에는 자신이 20여 년 전 사랑했던 19살 소년 산티아고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

젊은 시절 산티아고는 가난한 자동차 수리공이었다. 반면 몬세는 부유한 의사 집안의 장녀였다. 둘은 사랑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아이 유산의 흔적과 상처만 남긴 채 둘은 헤어졌다.

이후 산티아고는 스페인 식민지 서사하라의 지원병이 되어 떠난다. 거기서 그는 사하라인들의 삶에 녹아든다. 때마침 서사하라에 자치 정부를 수립하려는 폴리사리오 인민해방전선과 모로코, 모리타니아 간의 영토 분쟁이 일어나고, 1975년에는 모로코의 녹색행진이 벌어진다. 결국 1976년 본국으로 철수한 스페인 군대를 뒤로 하고 산티아고는 사막에 남는다.

소설은 이런 그를 찾으러 가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쉽진 않은 일. 게릴라들에게 포로로 잡혀 고초를 치르고, 전갈에 물려 사경을 헤매기도 한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그가 있다는 사막의 캠프촌에 도착한다. 과연 그녀는 산티아고를 만날 수 있을까.

작품은 시간과 공간, 인물의 시점을 종횡무진 넘나든다. 빠르고 긴장감이 넘치는 영화 같은 구성이 돋보인다. 2007년 알파과라상 수상작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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