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그림, 당신 생각은 어때요“
"내가 읽은 그림, 당신 생각은 어때요“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30 0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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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자유도 있다"...시인 정지원의 솔직한 리뷰

[북데일리] 그림 감상은 누구에게나 자유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시간을 들이면 된다. 돈은 큰 문제가 아니다. 전시회 입장료가 부담 된다면 도서관에서 책을 들춰보면 된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만인이 즐기는 취미로 대접받지 못하는 게 그림감상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는 ‘그림을 볼 줄 모른다’는 자격지심이다. 이를 부추기는 건 소위 전문가들의 난해하기 짝이 없는 ‘그들만의 말’이다. 그림의 대중화를 힘쓰는 사람도 있지만, 어려운 해설로 감상자를 움츠리게 만드는 그림 해석 또한 숱하게 많다.

시인 정지원 역시 이를 지적한다. 신간 <내 영혼의 그림여행>(한겨레출판. 2008)에서 그녀는 그러지 말기를 권한다.

“창작의 자유가 있듯이 감상의 자유도 있는 법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관람자는 자신있게 자신의 눈을 믿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거부하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다 소통하며 살 수는 없지 않는가. 뱃심 좋게 관객인 우리도 우리의 눈으로 작품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즉 우리 식으로 보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내 영혼의 그림여행>은 독자에게 질문을 하는 책이다. 정답을 요구하진 않는다. ‘나는 이렇게 봤는데, 당신은 어떠냐’며 그저 묻는다.

그래서 알쏭달쏭한 말이 없다. ‘선이 어떻고, 이건 뭘 상징하며...‘라는 식의 일방적인 분석을 거부한다. 덤덤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한다. 요즘 드라마 ’바람의 화원‘으로 인기몰이 중인 신윤복의 ’미인도‘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다.

“신윤복의 <미인도>는 보면 볼수록 청초하고 애틋한 아름다움이 배어나오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나는 그림 속 여인이 혹시 신윤복의 정인이 아니었을까 혼자 상상해보곤 한다. 조선에서 가장 아름답게 여인을 그릴 수 있는 화가 신윤복. 그리고 그의 정인이었던 배꽃처럼 탐스러운 그림 속 여인. 이 두 사람도 가을날 쪽빛 하늘이 그대로 내려와 담긴 호수에서 쪽배를 저었을까?”

책은 서양 거장들은 물론 국내 여러 화가의 작품을 아우른다. 그 중 만화가 하나 껴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김수정 화백의 ‘아기공룡 둘리’다. 시인은 둘리에서 일상의 전복, 소박함, 해학을 읽어낸다.

“둘리와 그의 친구들은 아주 순진한 표정으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금지시키는 일들은 한 귀로 흘리고는 쉴 새 없이 사고를 치고 다닌다. 그들의 말썽은 일종의 금기를 부수는 즐거운 축제 같은 역할을 한다. 둘리의 얼굴을 보라.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런닝 셔츠 바람으로 펄펄 뛰는 길동 씨와 어른들에게 ‘메롱’을 하고 있지 않은가?”

결론은 ‘그림은 그냥 보면 된다‘다. 마음 가는 데로 느끼고, 상상하면 그것으로 좋다. 경박한가?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그림 감상을 여행과 비유한 시인의 조언이다.

“낯선 길로 떠나는 여행은 우리 인생처럼 언제나 예측불허다. 언제 어디서 불쑥, 우리를 질리게 할 어떤 것이 툭,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미리 겁먹고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우리만 모르고 걸어가는 건 아니지 않는가.”

(사진제공=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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