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30명 "우리도 한땐 절망했어"
유명인 30명 "우리도 한땐 절망했어"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29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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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의 깊은 성찰... 코끝 찡해질 대목 많아

[북데일리] 신간 <네가 있어 다행이야>(창해. 2008)의 부제는 ‘삶의 멘토가 된 이들의 가슴 따뜻한 희망 에세이’다. 지은이는 많다. 영화배우 안성기, 시인 정호승, 언론인 홍세화, 경제학자 우석훈 등 유명인 30명이다. 표지에는 파란 하늘 아래 붉은색 하트가 넘실댄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00가지 이야기’류의 책이겠거니 했다. 저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빌려 그저 그런 ‘착한’ 이야기를 엮은 책이 아닐까 싶었다. 상투적인 부제와 너무 ‘순해 보이는’ 표지였기에 더 그랬다. 그런데 웬 걸. 착각이고, 실수였다.

책에서 저자들은 저마다 겪고 들은 아픔과 고통을 이야기한다. 그 속에서 깨달은 바를 전하고, 마지막에는 희망을 말한다. 읽다보면 안타까운 사연에 코끝이 찡해질 때가 적지 않다. 소위 ‘감동을 먹어’ 가슴이 후끈해지기도 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각각의 글에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끌어올린 울림이 있다. 이를테면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가 쓴 글을 보자. 여기서 그녀는 운동권 남편과 살면서 겪은 ‘가난과 쫓김’의 결혼생활을 들려준다. 그러면서 이렇게 희망을 이야기한다.

“삶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살면서 희망과 좌절이 언제 올지 예측하고 파악할 수는 없다. 어쩌면 자신의 기대와 소망을 비켜 가는 일들을 겪으며 사는 게 삶일지 모른다. 삶은 ‘해답이 찢겨나간 문제집’처럼 굽이굽이 휘어진 길을 돌아가면서 돌부리도, 신작로도, 막다른 골목도 만나는 일이다.”(p78)

<88만원 세대>로 잘 알려진 우석훈 교수는 타자를 배척하고 격리하는 한국 사회에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왜소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난쟁이, 어쨌든 지금 한국의 텔레비전이나 거리 즉 ‘공공의 장소’에 이런 사람들이 사라진 지 오래되는 것 같다-중략-그들은 이 2008년,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어디엔가 갇혀 있거나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공의 장소로 나오지 못할 뿐이지 않겠는가. 그만큼 한국은 무서운 사회이다.”(p162)

홍세화는 오랜 망명생활에서 길어 올린 생의 철학을 곱씹는다. 그는 “절망이 고통이 되는 것은 그것이 단절을 의미하고, 그것은 모든 생물체에 고통이고 때론 죽음을 의미한다”며 “단절을 벗어나는 길은 철저히 나로 돌아와 나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자. <네가 있어 다행이야>라, 정말 다행이다. 요즘처럼 팍팍한 때, 희망에 대해 흐드러지게 논하는 책 한권이 있다는 사실이.

한편 책 인세 수익금 전액은 푸르메재단 재활전문병원 건립기금으로 쓰인다. 푸르메재단은 일반 병원이 돈 안 되는 재활치료 환자들을 내모는 현실에 맞서, 장애환자의 재활치료를 돕는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하는 비영리 공익재단이다.

(사진제공=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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