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한물 간 이유는 빠순이 탓?
싸이월드가 한물 간 이유는 빠순이 탓?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29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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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크가 만든 놀이터, 디지털 부머가 몰려와 물 흐려

[북데일리] 싸이월드는 한때 국내 최고 인기 인터넷 사이트였다. 지금은? 예전만 못하다. ‘도토리를 달라고 했더니, 진짜 도토리를 주더라‘며 싸이를 안하는 사람을 간첩 취급하던 식의 개그는 한물 간지 오래. “너 아직도 싸이 하니?”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유가 뭘까.

연세대 심리학과 황성민 교수가 그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신간 <디지털 괴짜가 미래 소비를 결정한다>(미래의창. 2008)에서 디지털 소비자를 6가지 유형으로 나눠 네티즌들의 싸이 이탈 현상을 짚었다.

책에 따르면 싸이월드가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디지털 시크’가 있었다. 디지털 시크는 6개 디지털 소비자 유형 중 하나로 “여유와 트렌드, 너무 튀지 않게 사는 것”을 모토로 한다. 이들은 자신을 중심에 두고 멋을 추구한다. 약간의 된장녀 기질도 갖고 있다.

초창기 싸이는 디지털 시크의 차지였다. 저자는 “그들은 싸이월드를 자신의 멋진 모습과 일상의 사소한 경험들을 글로 나타내거나 사진으로 표현하는 놀이 공간으로 만들었다”며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에서 풍겨나는 여유롭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는 바로 자신의 개성을 부각시키고 또 주위의 관심을 끌고 싶은 많은 디지털 시크들에게 새로운 사교 공간을 제공했다”고 말한다. 즉, “물이 좋은 동네라면 구경꾼들과 재미있게 놀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미니홈피에서 마음껏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했다. 그들에게 싸이는 파티장과 같았다.

이런 싸이를 국내 최고 인기 사이트로 만든 건 ‘디지털 부머’다. 디지털 부머는 호기심이 왕성하고 비슷한 사람들과 뭉치며, 유행에 열광하는 디지털 소비자다. 일명 ‘빠순이‘다.

이들은 디지털 시크가 만든 파티장에 몰려들었다. 싸이가 대세가 된다는 것을 감지하고 너도 나도 모여든 게다.

그러자 디지털 시크들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그들은 디지털 부머의 출연을 경계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에게 파티가 노출되는 걸 꺼렸다. 때 맞춰 개인정보 노출, 가짜 홈피 사건이 터지면서 디지털 시크의 의혹을 증폭시켰다. 결국 디지털 시크들은 싸이에서 빠져 나가거나 미니홈피를 폐쇄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싸이는 그렇게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다음은 저자의 분석이다.

“디지털 부머들은 싸이월드의 분위기를 더 품위 있게, 더 세련되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디지털 부머에게 맞는 분위기는 시장터나 난장판과 같은 떠들썩한 공간이다. 시크들이 떠나간 싸이월드는 처음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던 그 자체의 참신한 매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시크가 사라진 공간에서 더 이상 우아함은 찾기 어렵게 되었다. 싸이월드가 더 이상 대세 또는 유행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람들은 점차 이곳을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p257)

한 마디로 디지털 부머가 “물을 흐렸다”는 말이다. 저자는 디지털 부머 탓에 “점차 디지털 시크적인 속성, 즉 세련되고 멋진 이미지가 싸이월드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책은 각종 사회현상과 소비현상을 디지털 소비자 유형을 통해 분석한다. 미드 열풍, 초딩, 허경영 신드롬, 촛불시위, 노간지 현상, 2천 계단의 전설 등 인터넷을 화려하게 수놓은 사건 사고를 아우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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