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내내 책만보는 대학 있다!
4년 내내 책만보는 대학 있다!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24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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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인트존스 대, 졸업 때까지 100권 고전 읽고 토론

[북데일리] 졸업할 때까지 주야장천(晝夜長川) 책만 읽는 대학이 있다. 미국의 세인트존스 대학이다. 신간 <내 인생을 바꾸는 대학-작고 강한 미국 대학40>(한겨레출판. 2008)이 그 기상천외한 학교를 소개한다.

세인트존스는 “지성을 추구하는 10대들의 유토피아”로 불린다. 이곳에는 별다른 커리큘럼이 없다. 4년 내내 100권의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게 전부다. 일명 ‘그레이트 북스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어느 날엔 그리스 문학에 대해 토론하고, 또 어느 날엔 프톨레마이오스의 기하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보니 전공이나 시험이 따로 없다. 성적은 수업 시간에 하는 토론 기여도처럼 전반적인 수행 능력을 평가해 내는데, 이마져도 공개하지 않는다. 대학원 제출용으로 기록해 둘 뿐이다. 이곳에서는 교수라는 호칭도 쓰지 않는다. 대신 튜터라고 부른다. 튜터는 강의실에서 가장 경험 많은 학생으로 수업을 끌어가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학생을 뽑는 방식도 독특하다. 미국 대학 입시의 필수 시험인 ‘SAT’ 점수는 내도 그만, 안내도 그만이다. 가장 비중이 큰 건 6~10쪽 분량의 에세이다. 이를 통해 “똑똑함보다는 하고자 하는 욕망”을 평가한다. 국내 입시 제도처럼 점수별 줄 세우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한 브란 박사의 말이다.

“공부할 의지가 있는데 성적이 모자라 입학 사정에서 탈락한다면 그것은 비극입니다. 실제로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가장 유용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거든요. 세인트존스의 공동체 학습 방식은 경쟁을 절대적으로 배척합니다.”

이런 방식의 학교 운영, 혹 경쟁에서 뒤쳐질지 불안하진 않을까. 저자 로렌 포프는 한 마디로 일축한다.

“세인트존스는 주류 대학을 흉내 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세인트존스의 경우 과학자와 학자, 저명한 대학원의 장학생, 로즈장학생 등의 배출 비율이 어떤 아이비리그 대학보다 높다. 수학과가 없는데도, 수학 박사 배출 비율 또한 상대적으로 높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세인트존스 졸업생 중 80퍼센트가 일반대학원이나, 의학대학원, 로스쿨로 진학한다. 다른 명문대와 비교해 ‘꿀릴게’ 없다는 이야기다.

세인트존스 대학의 매력은 2004년 졸업생의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4년 동안 배운 것이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수업은 단순히 사실을 가르치는 데 그쳤고, 그러한 사실의 배경과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공부는 하지 못했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스스로 탐구하는 방법은커녕 어떤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해야 할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세인트존스는 내게 ‘그 무엇’ 이상의 것을 주었습니다. ‘어떻게’와 ‘왜’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게 해주었습니다.”

저자는 미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속이 꽉 차고 개성 넘치는 대학 40곳을 소개한다. 아이비리그만 전부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취업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는 우리 교육 현실과 비교해 읽어도 좋다. 우리 대학이 나아가야할 올바른 방향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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