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잘 나가는 한국문학, '빛 좋은 개살구'?
[기자수첩]잘 나가는 한국문학, '빛 좋은 개살구'?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21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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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유명작가의 장기간 독주, 작품성 뛰어나도 인지도 낮으면 그냥 묻혀

[북데일리] 한국 문학이 잘 나가고 있다. 적어도 베스트셀러 순위만 보면 그렇다. 한국출판인회의가 10일부터 16일까지 교보문고, 영풍문고, YES24, 인터파크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11곳의 도서판매 부수를 집계한 종합베스트셀러 20위권 안에 한국 문학은 6권이 올라와 있다.

이 중 1위와 2위는 이정명 작가의 팩션 <바람의 화원1>(밀리언하우스 2007)과 황석영 작가의 <개밥바라기 별>(문학동네. 2008)이 각각 차지했다. 이 밖에 이외수의 <하악하악>(해냄. 2008),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오픈하우스. 2008), <바람의 화원2>(밀리언하우스. 2007),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 2006)가 상위권을 지켰다.

이 정도면 한국 문학이 ‘뜬다‘고 할만하다. 하지만 그 속을 따져보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른 5권(바람의 화원1,2를 하나로 봤을 때) 중 올해 나온 책은 3권이다. 나머지 2권은 작년 혹은 재작년에 출간됐다. 모두 영화와 드라마가 화제가 되면서 덩달아 다시 인기를 얻은 책이다.

올해 나온 3권 역시 그냥 인기를 얻은 게 아니다. <하악하악>의 경우 이외수의 적극적인 방송노출 덕을 많이 봤다. <개밥바라기 별>은 국내 최대 포털에 연재되면서 이미 출간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린 바 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의 인기는 출판계에 떠도는 ‘공지영 파워’를 감안하면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반면 나머지 작품들은 묻히고 있다. 기성작가건 젊은작가 건 예외가 없다. 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와 YES24, 교보문고, 리브로의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면 ‘아니나 다를까’ 거의 외국작품이다.

그나마 순위에 오른 책들도 한참 전에 나왔거나, 이름값 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물론 시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신간 중에는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와 성석제의 <지금 행복해>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소설들의 경우 출판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지원을 받고 있다. 신문에 때 아닌 광고를 내거나, 독자와의 만남을 여기저기서 연다. 인터넷서점의 배너 광고 역시 이런 책들의 차지다.

이에 비해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낮은 작가들의 신간 홍보에는 인색한 편이다. 출판계 불황이 계속되는 지금, 팔리는 책에 집중하는 출판사의 입장을 모르는 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스타 작가에게만 전념하는 이런 행태가 장기적으로 과연 이득일까. 어차피 재원은 한정돼 있다. 돈이 되는 한 쪽에 몰아주는 게 잘못은 아니지만, 늘 정답은 아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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