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총회는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 환경회의로 1971년 이란의 해안도시 람사르에서 처음 열렸다. 현재 158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3년에 한 번씩 모여 람사르 협약의 이행 정도를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수립한다. 여기서 람사르 협약은 습지의 보전을 위해 체결된 최초의 국제환경 협약이다.
<낙동강 하구>는 강병국 경상대학교 환경임산학과 교수의 <우포늪>, <우포늪 가는 길>, <한국의 늪>, <주남 저수지>에 이은 생태 보고서 시리즈 최신작이다. 이번 총회의 공식 방문지 중 한 곳인 낙동강 하구와 그곳에 사는 모든 생물종을 살펴본다.
가장 큰 특징은 166장에 달하는 생생한 사진이다. 하구의 생성과 흐름, 모래섬, 갯가 식물, 곤충, 어패류와 파충류 등이 가득하다. 특히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인 노랑부리저어새와 개니, 고니, 황조롱이 등은 쉽게 보지 못하는 귀중한 자료다. 모두 한국습지보호협회 이사이자 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장으로 활동하며 생태사진을 꾸준히 찍어온 최종수 씨의 솜씨다.
책은 ‘인문과 역사로 습지를 들여다보다’라는 부제에 걸맞게 역사를 곁들여 설명한다. 특히 그의 고향이기도 한 창녕 우포늪에 관한 부분은 지역 토박이가 아니면 말하기 어려운 식견을 보인다.
“창녕이 고향인 저는, ‘우포’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난답니다. 물론 제 직업이 글로 밥 벌어 먹는 것이 아니면 이 짜증이 좀 덜하기는 했을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우포’라 하면 전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창녕군 한가운데에는 이른바 1억 4000만 년 동안 드러누워 있는 ‘바로 그’ 습지라는 느낌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가 이렇게 짜증을 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책에 따르면 우포의 원래 이름은 ‘소벌’이다. 지금도 동네 어른들은 모두 소벌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소 우(牛)자를 쓴 우포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잘못된 이름으로 람사르 공식 습지로까지 등록됐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라는 이야기다.
책은 습지에 담긴 인류 역사의 자취를 훑어본다. 밀양 재약산 산들늪이 오프로드로 망가진 사연처럼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낙동강 하구>와 함께 이번 람사르 총회 개막에 맞춰 읽어볼만한 책이다.
한편 이번 람사르 총회의 경우 아시아 국가로는 1993년 일본 쿠시로에 이은 두 번째 개최다. 165개국 정부대표를 비롯해 국제기구와 NGO 소속 참가자 등 총 2,000여 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총회가 될 전망이다. 기간은 28일부터 11월 4일까지로 공식 방문지로는 낙동강 하구, 우포늪, 주남저수지 등이 선정됐다.
(사진제공=지성사, 산지니-유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