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외국작가가 그려낸 한국가족사 ‘소주 클럽’
[신간] 외국작가가 그려낸 한국가족사 ‘소주 클럽’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12.20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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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클럽> 팀 피츠 지음 | 정미현 옮김 | 루페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소설 <소주 클럽>(루페.2016)은 외국 작가가 무대, 등장인물, 소재까지 모두 한국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다. 주인공도 한국인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외국인이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때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 소설로 느껴질 것인가가 가장 큰 산이다. 읽으며 위화감은 없는지, 넓게는 한국 정서와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제대로 표현했는지, 좁게는 인물들의 감정선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이 아니라면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한마디로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가가 관건.

꼬리를 무는 의구심을 놀라움으로 바꾼 건 서민문화를 대변하는 막걸리와 소주를 재료 삼아 서로 이해가 안 돼 미칠 것 같은 한 가족 이야기를 풀어갔다는 점이다. 일단 서민들이 애정하는 막걸리와 소주를 재료로 삼은 영리함에 서민문화의 기본은 읽어냈다는 생각에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과연 이야기는 어떨까.

먼저 주인공 원호는 외국 독자들을 상대로만 책을 쓰는 특이한 작가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머리를 싸안고 있던 어느 날 형에게 부모님이 황혼 이혼을 하겠다는 소식을 접한다. 부모의 이혼을 막기 위해 고향 거제로 향하고 고향집에 저마다 아픔을 간직한 가족이 모이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버지는 오입쟁이 알코올중독자지만 바다에서는 천재 어부, 어머니는 아버지와 갈라선다면서도 아버지 끼니를 걱정하는 캐릭터다. 형은 왕년 축구선수를 꿈꾸다 다리 부상으로 미래가 꺾였고 여동생은 백인 영어 강사와 결혼한 ‘성형 미인’이다. 색깔 있는 캐릭터는 내밀한 가족 문제를 풀어나갈 작가의 저력을 기대하게 한다.

책을 색다르게 읽을 포인트는 작품에 등장하는 술, 음식, 글쓰기에 관한 대목이다. 저자는 실제로 막걸리를 직접 빚어 마실 정도로 막걸리 마니아다. 이는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의 갈등을 배치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독자로 하여금 한국 사회의 문화와 역사를 외국인이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신간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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