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권하는 사회 '미국'
비만 권하는 사회 '미국'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2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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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층 사지로 내모는 미국 정부의 충격적 실태 고발

“월요일 햄버거, 화요일 감자튀김, 수요일 스파게티, 목요일 닭튀김, 금요일 피자...”

[북데일리] 어느 초등학교에 이런 급식 식단표가 있다고 치자. 하나같이 군침 도는 음식들이니 아이들이라면 아마 쾌재를 부를 터다. 하지만 만약 자신의 아이들이 매일 이런 음식을 점심으로 먹는 걸 부모들이 안다면? 당장 항의가 빗발칠 것이다. 영양가는 없고 칼로리만 높은 인스턴트 요리를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은 부모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음식만 매일 먹어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 미국의 상당수 공립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렇다. 신간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문학수첩. 2008)의 저자 츠츠미 미카가 그 실태를 고발한다.

책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빈곤층을 위해 ‘무료,할인 급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급식비를 정부에서 부분 혹은 전액지원해주는 제도로, 연수입이 일정액 이하인 가정의 아동들이 수혜대상이다.

미국 농무성의 2005년 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 등록된 학생 수는 약 3천2만6천 명이다.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곳은 웨스트버지니아, 텍사스, 하와이, 델라웨어, 루이지에나 등 평균 개인 소득이 하위에 속하는 주다.

문제는 급식의 질이다. 학교 측은 적은 예산으로 운영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줄 수가 없다. 그저 열량이 높고 조리가 편한 값싼 인스턴트 식품과 정크푸드만 제공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느는 건 아이들의 비만이다. 뉴욕같은 경우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50퍼센트가 비만아라는 판정이 나와 2006년 비만 대책을 내걸었다. “‘국제비만협회’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2010년에 미국 국내 아동의 절반 이상이 비만아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혹자는 ‘그러면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 빈곤층의 현실에선 그러기도 쉽지 않다. 무료, 할인 급식제도 혜택을 받는 대부분의 가정은 ‘푸드 스탬프’에 의존해 끼니를 해결한다. 푸드 스탬프는 빈곤선 이하의 가정에 배급되는 식량 교환권이다.

헌데 그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다. 2004년 루이지애나 주의 푸드 스탬프 지급액은 수입이 없는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달 518달러다. 한 끼 식사에 1인당 1달러 40센트를 쓰는 셈이다. 그 돈을 가지고 어떤 걸 해 먹을 수 있을까. 게다가 수급자 대부분은 집에 조리기구가 없거나 주방조차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억울해도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형편이라는 이야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비만이 빈곤의 악순환의 주범이 된다는 점이다. 저자의 지적이다.

“빈곤 지역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영양이 부족한 비만아와 비만 성인이 증가해 가고 있다. 건강 상태의 악화는 필요 이상의 의료비 급등과 학력 저하로 이어지고, 나아가 빈곤이 진행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쯤 되면 ‘미국=비만 권하는 사회‘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낮은 수준의 의료보험, 영리를 최고 가치로 두는 병원, 가난한 아이를 전쟁터로 내모는 모병제 등 미국이 어떻게 빈민층을 사지로 내모는지 낱낱이 고발한다. 뭐든 미국식이면 최고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인식에 경종을 울릴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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