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던 걸까. 그녀가 방송 진행 10주년을 맞아 책을 썼다. 산문집 <황정민의 P.S. 아이러브유>(예담. 2008)다. 출판사는 이 책에 감성에세이라는 장르를 붙여줬다.
감성에세이, 국적이 모호한 단어지만 책의 성격을 설명하기엔 적합하지 싶다. 글 하나 하나가 따뜻하고 잔잔하기 때문이다.
소재는 자신의 일상과 책이다. 하루 중 일어났던 일에 자신이 읽은 책, 느꼈던 점 등을 버무렸다. 흔히 쓰는 독서일기쯤 되겠다.
하지만 독서광들이 자신의 지식과 사유의 깊이를 풀어놓는 독서일기와는 많이 다르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자기 자신으로 삶이 주가 된다. 그래서 이런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또 한 가지 제가 그에게 끌렸던 것은, 그가 ‘저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늘 만화방에 가서 하루 종일 만화를 보고 돌아옵니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좀 진정되거든요’라고 수줍은 듯 말했을 때였습니다.”
책을 말할 때는 저자와 줄거리 소개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 책으로 엮였던 일상을 끌어들인다. 신랑이 읽어줬다는 동화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을 소개하는 대목이다.
“실베스터가 사라지자 엄마와 아빠는 예전처럼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엄마와 아빠 주위의 꽃들조차 시들 정도였지요. 신랑과 저는 이 대목에서 ‘자식이란 건 참, 이렇겠구나’하며 똑같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바라다보았습니다. 아마 부부가 헤어져도 이렇게까지 애달프게 찾아다니며 그리워하지는 않겠지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조근 조근 들려주듯 써내려간 글이 그녀의 물기 어린 목소리와 닮았다.
(사진제공=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