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아나운서의 감성에세이
황정민 아나운서의 감성에세이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17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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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책 이야기 조근조근 들려줘

[북데일리] 벌써 10년째다. 황정민 아나운서가 KBS 2FM 라디오 ‘황정민의 FM대행진’을 진행한지가. 한 프로그램이 10년간 계속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한 진행자가 10년간 맡아 했다는 사실은 더 놀랍다. 장수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현실을 생각하면 마땅히 축하할 일이다.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던 걸까. 그녀가 방송 진행 10주년을 맞아 책을 썼다. 산문집 <황정민의 P.S. 아이러브유>(예담. 2008)다. 출판사는 이 책에 감성에세이라는 장르를 붙여줬다.

감성에세이, 국적이 모호한 단어지만 책의 성격을 설명하기엔 적합하지 싶다. 글 하나 하나가 따뜻하고 잔잔하기 때문이다.

소재는 자신의 일상과 책이다. 하루 중 일어났던 일에 자신이 읽은 책, 느꼈던 점 등을 버무렸다. 흔히 쓰는 독서일기쯤 되겠다.

하지만 독서광들이 자신의 지식과 사유의 깊이를 풀어놓는 독서일기와는 많이 다르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자기 자신으로 삶이 주가 된다. 그래서 이런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또 한 가지 제가 그에게 끌렸던 것은, 그가 ‘저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늘 만화방에 가서 하루 종일 만화를 보고 돌아옵니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좀 진정되거든요’라고 수줍은 듯 말했을 때였습니다.”

책을 말할 때는 저자와 줄거리 소개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 책으로 엮였던 일상을 끌어들인다. 신랑이 읽어줬다는 동화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을 소개하는 대목이다.

“실베스터가 사라지자 엄마와 아빠는 예전처럼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엄마와 아빠 주위의 꽃들조차 시들 정도였지요. 신랑과 저는 이 대목에서 ‘자식이란 건 참, 이렇겠구나’하며 똑같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바라다보았습니다. 아마 부부가 헤어져도 이렇게까지 애달프게 찾아다니며 그리워하지는 않겠지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조근 조근 들려주듯 써내려간 글이 그녀의 물기 어린 목소리와 닮았다.

(사진제공=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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