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선 천사, 실제론 사이코?
블로그선 천사, 실제론 사이코?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17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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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여러 개 인격, 공존하는 다중성 인정해야"

[북데일리] 잘 아는 사람의 블로그를 살피다 보면 낯 뜨거울 때가 종종 있다. 그 사람이 평소 성격과 전혀 다른 모습의 블로거 ‘행세‘를 할 때다.

이를테면 늘 거친 입담과 행동을 자랑하던 여성이, 블로그에서는 한 없이 따뜻하고 감수성 넘치는 문학소녀가 되는 경우가 그렇다. 역으로 블로그를 통해 알던 사람을 직접 만났을 때 예상했던 성격과 전혀 달라 당황하기도 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가식적이라고 말한다. 가면을 썼다고 핀잔을 준다. 원래 모습을 숨기고 전혀 다른 사람인 척한다는 비난이다.

그런데 이게 알고 보면 욕먹을 만한 일이 아니다. 영국의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리타 카터는 신간 <다중인격의 심리학>(교양인. 2008)에서 “하나의 진정한 자아는 없다”며 인간의 다중성을 긍정한다.

책에 따르면 한 몸에 하나의 자아, 본질적인 ‘나’를 지닌다는 믿음은 망상에 불과하다. 여러 개의 인격이 공존하는 게 보통이다.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 또한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블로그에서 보여주는 평소와 다른 모습은 가식이나 이중성이 아니다. 그 사람이 가진 또 하나의 인격이다. 이런 점에서 “내가 어제 왜 그랬지? 정신이 나갔었나봐”라는 후회 역시 부질없는 외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다중성을 인정하고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한다.

“분절적이고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 발맞추려면 우리는 다양한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상황에 따라 다채로운 행동을 취하는 능력을 어느 때보다 한껏 키울 필요가 있다. 맞닥뜨리는 환경에 따라 조금이라도 다른 ‘자아’를 투사할 줄 알아야 한다.”(p129)

이런 자아 투사 능력이 기르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일단 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심리학자 퍼트리샤 린빌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상(self-aspect)'을 더 많이 식별하는 사람, 즉 자신의 다중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 상황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한다.

그는 이런 실험을 했다. 대학생 백 명에게 설문을 돌려 외향적인, 게으른, 다정한 등 다양한 단어들 중 자신에게 해당하는 항목을 모두 고르게 했다. 그 결과 많은 항목을 선택한사람, 서로 대립하는 항목을 많이 선택한 학생일수록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두통, 감염, 생리통을 덜 겪었다. 우울 증세도 덜했다. “자신의 다중성을 인식하는 사람이 스트레스 상황의 영향을 더 적게 받는” 셈이다.

이처럼 책은 인간의 다중인격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2부 ‘다중인격 사용법’에서는 자신의 다중성을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자신의 또 다른 모습, 혹은 타인의 가면에 대해 고민하던 사람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단, 이것만큼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저자가 설명하는 건강한 다중인격과 다중인격장애(해리성정체장애)로 불리는 병적인 다중인격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그 차이는 기억이다. 건강한 다중인격은 머릿속 여러 인격들이 서로의 기억을 공유한다.

반면 다중인격장애 환자에겐 그런 기억의 공유가 없다. A인격이었을 때 했던 말과 행동을 B인격일 때는 기억을 못한다. 법정이나 청문회에서 자신의 잘못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유명 인사들의 모습. 한 번쯤 병을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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