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용택 위해 만든 특별한 성찬
시인 김용택 위해 만든 특별한 성찬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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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도종환, 안도현, 박범신... 대표 문인들의 헌사

[북데일리] 표지를 보자마자 웃음이 나온다. 익살스런 표정으로 헐레벌떡 뛰어나오는 한 남자. 얼굴은 ‘삭았는데‘ 옷차림과 몸은 어린아이 같다. 제목을 본다. <어른아이 김용택>(문학동네. 2008). 설마 그 김용택? 맞다. 그 김용택이다.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며 20여 년간 시를 써온 그 남자다.

<어른아이 김용택>은 그의 퇴임과 환갑을 기념해 만든 산문집이다. 시인을 아끼고 사랑하는 49인이 참여했다. 김훈, 도종환, 안도현, 이해인, 성석제, 박범신, 정호승, 곽재구, 공선옥 등의 문인들과 판화가 이철수, 소리꾼 장사익, 화가 김병종, 가수 백창우, 아름다운재단 박원순 상임이사 등 필진이 화려하다.

무게 있는 이름들이 함께한 산문집 표지가 어찌도 저리 발랄할까.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자꾸만 피식거릴 정도로 ‘웃기게’ 생겼다. 속을 보면 이유가 있다.

애초 이 책은 시인의 퇴임을 기념한 헌정문집 형식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글을 묶는 과정에서 헌정문집이라는 제목은 지나치게 묵직하게 다가왔다고. 시인의 다양한 면모를 솔직하고 유쾌하게 드러낸 글이 대부분인지라 첫 제목은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어른아이’라는 조어로 제목을 다시 짓고, 장난기 가득한 캐리커쳐로 표지를 채웠다.

과연 책은 무겁지 않다. 헌정을 목적으로 한 찬양성 발언도 없다. 인간 김용택, 형 김용택, 촌놈 김용책 이야기를 풀어놓을 뿐이다. 소설가 성석제의 말이다.

“가을햇빛이 유난히 노랗던 어느 날 용택이 형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냥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라고 했다. 마치 멀리 떨어져 사는 친형이라도 되는 양 내 이름을 부르던 순간,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을 넘어간 아홉 살 위의 형도 띠동갑인 용택이 형도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p22)

 

시인 안도현은 대놓고 흉을 본다. 그의 글 ‘흉볼 게 많은 이야기꾼’에서 안도현은 “사실 용택이 형은 흉볼 게 많아서 그걸 다 쓰면 장편소설 한 권 분량쯤은 될 것”이라고 전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연타를 먹인다.

“말이 많고, 웃음이 헤프고, 잘 삐치고, 자주 화내고, 입이 가볍고, 키는 작고, 배는 나왔고, 이마는 벗어졌고,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밥은 많이 먹고, 술은 잘 못하고...”(p49)

글쓴이들의 직업이 다양하다보니 톡톡 튀는 글도 눈에 띈다. 가수 백창우는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악보를 그대로 실었고, 그것도 모자라 삐뚤빼뚤 육필로 페이지를 채웠다. 김용택의 시 ‘눈 오는 마을’을 판화로 재해석한 판화가 이철수의 동명의 판화도 있다. 문학평론가 임명진의 경우 ‘섬진 시인 별곡’을 만들어 구성지게 부른다.

순전히 시인을 위해 나온 책이지만, 독자는 그 나름대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각계에서 활약하는, 특히 문단에서 ‘한 가닥‘하는 문인들의 글을 한꺼번에 만나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이 정도면 푸짐한 글 잔칫상이 맞다.

(사진제공=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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