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소설 '개를 훔치는 방법' 화제
청소년 소설 '개를 훔치는 방법' 화제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14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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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곁들여 현실의 고통 이겨내는 따뜻한 동화

[북데일리] 미국 작가 바바라 오코너는 지난해 최고의 해를 보냈다. 단 한 권으로 총 14개의 문학상, 협회 선정작, 각종 부문 노미네이트를 휩쓴 것.

전미 도서관 협회,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국제도서협회 등이 그녀의 소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다산책방. 2008)을 올해의 책 혹은 주목할 만한 책으로 꼽았다. 이 중 국제도서협회는 “도서관이라면 어느 곳에나 꼭 비치해놓아야 할 작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어떤 점에서 그런 황홀한 대접을 받았을까. 일단 줄거리는 아니다. 줄거리는 간단하기 짝이 없다.

소설의 주인공은 11살 소녀 조지나다. 아이는 어느 날 집에서 쫓겨난다. 혼자는 아니다. 동생 토비와 엄마도 함께 집 밖으로 내몰린다.

이유는 돈이 없어서다. 어느 날 아빠는 가족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고작 25센트 동전 꾸러미 세 개와 1달러짜리 지폐 한 장이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집주인은 집세를 내지 못 하겠으면 당장 방을 빼라고 외친다.

엄마는 결단을 내린다. ‘집세를 구할 동안만’이라는 단서를 붙여서 자동차에서 살기로 한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맥도날드 화장실에서 씻는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조지나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며 기상천외한 방법을 생각해낸다. 바로 개를 유괴해서, 사례금이 붙으면 다시 돌려주는 것. 일명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작성한 조지나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중 이웃의 개 ‘윌리’를 사냥감으로 점찍는다.

결론을 이야기하면 해피엔딩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범죄를 뉘우치고 개주인은 잘못을 용서한다. 새 집을 구해 다시 예전 같은 생활로 돌아간다.

언뜻 보면 평범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진짜 매력은 책 곳곳에서 튀어 나오는 유머다. 이를테면 조지나가 작성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보자. 아이의 순진한 발상이 엉뚱한 재미를 준다.

“개를 훔친다. 전단지를 발견한다. 개를 집으로 데려간다. 사례금을 받는다. 행복하게 끝.”

이런 유머는 단순히 웃기는데 그치지 않는다. 가난이 만들어낸 현실적 고통을 이겨내는 희망으로 작용한다.

억지로 웃음을 짜내지도, 슬픔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덤덤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유머를 곁들여 이야기를 밀어간다. 소박하지만 가볍지 않은, 따뜻하고 매력적인 성장소설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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