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포토] 벌거벗은 채 쫓기는 여인
[북포토] 벌거벗은 채 쫓기는 여인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12.15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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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시간을 걷다> 최경철 지음 | 김햄스 그림 | 웨일북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의 향연>산드로 보티첼리,1482-1483, 유화, 프라도 미술관]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섬뜩한 그림이다. 칼을 들고 말을 탄 기사는 벌거벗은 여인을 쫓고 있고, 여인은 사나운 개 두 마리에게 공격당하고 있다. 향연장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이 그림은 이탈리아의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가 지오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소개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린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의 향연>이라는 그림이다.

어떤 사연의 이야기일까. 이 장면은 소설 속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가 본 환상이다. 그는 라벤나의 가장 오래된 가문의 남자로 같은 지역의 트라베르사리 가문의 딸 파올라를 흠모하고 있었지만, 자기보다 신분이 높은 그녀의 차가운 태도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숲에서 그림 속 기괴한 환상을 보게 되는데, 여인과 기사의 관계는 나스타조와 파올라와 유사했다. 기사는 여인을 사랑했지만 여인은 기사에게 냉담했다. 결국, 기사는 상심한 나머지 자결을 하고 여인도 연이어 죽게 된다.

기사는 자결을 한 죄로 여인은 타인의 구애에 잔혹함을 보이고 타인의 고통을 기뻐한 죄로 그림 속 형벌을 받게 됐다. 바로 여인은 도망가고 기사는 여인을 쫓아가 죽이고 심장을 도려낸 뒤 개에게 먹이는 끔찍한 형벌이다. 더 섬뜩한 점은 그녀는 죽지 않고 매주 금요일이면 다시 살아나 자신을 사랑한 기사에게 죽임을 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서글프고 비극적인 이야기는 <유럽의 시간을 걷다>(웨일북.2016)에 나온다. 책에 따르면 나스타조는 이 장면을 흠모하는 파올라에게 보여준 후 구애에 성공해 결혼에 골인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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