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이런일이]섹스 관련 자기계발서?
[책속에이런일이]섹스 관련 자기계발서?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14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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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발칙한 '야한 우화'...공감할 대목 적잖아

[북데일리] 신간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플럼북스. 2008)는 장르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출판사가 내세운 이 책의 장르는 ‘국내 최초 섹스 자기 계발 우화‘다. 바꿔 말하면 ’훌륭한 섹스를 위한 자기계발서‘쯤 되겠다.

대체 누가 이런 ‘발칙한‘ 발상을 했을까. 저자는 “돌려 말하기와 수위 조절에 실패한 섹스칼럼니스트” 윤수은이다. 지금은 외국에서 공부하는 동시에 “감동 없는 섹스는 지상 최악의 재앙, 전략 없는 섹스는 연애의 독버섯이라 열 올리며 설파 중”이라고.

책은 우화 형식인 만큼 줄거리가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강철녀’로 잡지사 기자다. 섹스 칼럼을 연재하는 그녀는 성에 대해 개방적일 뿐 아니라 관련 지식도 많이 안다.

이런 그녀의 이야기로 채운 책이다. 그녀가 겪은 일,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솔직한 성담론을 이끈다. 구체적인 묘사와 막힘없는 전개는 우화라기보다는 소설에 가깝다.

그렇다고 ‘19금 딱지‘가 붙을 만한 끈적거리는 애로 소설은 아니다. 생각 없이 낄낄거리기만 하는 화장실 유머도 아니다. 더 나은 성생활을 위한 섹스 관련 정보에 충실하고,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 정도면 ’자기계발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다. 저자의 입담이 보통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이런 장면이 있다.

“나도 조도가 낮은 공간에서 섹스하는 걸 좋아하지만 지금 남자친구는 한마디로 ‘어둠’의 자식이다. 얜 왜 이렇게 불을 못 꺼서 안달일까? 섹스하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는 게 싫은 걸까? 자기 방에 놀러가서 가끔 잘 때도 침대 옆 사이드 램프라도 켤라치면 그 빛을 보고 누가 쫓아올까 봐 두려운 듯 금세 꺼버리는 것이다. 배가 오겹으로 출렁거리고 얼굴이 여드름으로 뒤덮여 어둠으로 자신을 커버할 요량이라면 이해하겠지만 그런 불상사도 없는 우리가 매번 어두컴컴한 상태에서 섹스할 이유는 없단 말이지.”(p36~37)

무릎 치며 공감할만한 대목도 여럿 나온다. 혼자 끙끙거리며 고민하던 독자라면 헤벌쭉 웃으며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런 대목이다.

“나도 진지한 군 덕분에 요즘 잠을 푹 자지만 아무리 피곤해도 이렇게 섹스가 끝나자마자 곯아떨어지는 남자는 좀 못 마땅하다. 그냥 자는 것도 모자라 코까지 골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얄밉다. 아무리 수년간 알고 지내온 사이라지만 이제 막 불붙은 연인이라 섹스 후에도 침대에서 밀어를 나누며 닭살을 떨고 싶은데, 영 도와주지를 않는다.”(p27)

저자는 서문에서 “모든 여성들에게 권하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여성들에게만 권할 만할까. 오히려 남성들이 ‘일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손바닥도 부딪혀야 소리가 나듯, 남성들도 뭘 좀 알아야 침대에서 ‘윈윈(win-win)’할 것 아닌가.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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