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대표화가 샤라쿠가 실은 김홍도?
일 대표화가 샤라쿠가 실은 김홍도?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07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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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토대로 쓴 팩션...비밀 추적 흥미진진

[북데일리] 일본 에도시대의 대표 화가 도슈사이 샤라쿠와 단원 김홍도가 동일 인물이라는 설정의 팩션이 나왔다. <샤라쿠 김홍도의 비밀>(한강수. 2008)이다.

샤라쿠는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세계 3대 초상화가로 불리는 인물. 스페인의 벨라스케스, 네덜란드의 렘브란트와 엮이기도 한다. 1910년 세상에 알려진 그는 빈센트 반 고흐와 같은 유럽 인상파 화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천재 화가다.

이런 그가 김홍도였다는 설정은 믿기 어려운 일일 터. 하지만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소설을 쓴 백금남은 후기에서 관련 내용을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샤라쿠가 활동한 기간은 10개월이다. 그 기간 동안 남긴 그림은 140점. 하지만 그 이후 행적은 묘연하다. 그가 누구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목할 점은 그가 활동했던 시기와 김홍도가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때와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정조가 김홍도에게 일본의 지형과 군비시설을 살피고 오라고 대마도로 보냈다는 ‘초등산수습방첩’의 기록 역시 눈길을 끈다. 종합하면 “샤라쿠가 출몰했던 시기에 김홍도가 왜국에 있었다는 말”이다.

이 외에 ▲샤라쿠의 그림 속에 들어 있는 한시 중 일본어로는 해석이 어렵고, 우리의 이두식으로 풀어야 뜻이 통한다는 점 ▲그 한시에 단원을 가리키는 의미가 숨어있는 점 ▲샤라쿠의 그림 중 발가락 6개의 그림이 있는데, 김홍도의 그림에서도 같은 그림이 있다는 점 ▲화풍과 필법이 유사하다는 점 ▲일본 도쿄 박물관이 소장한 그림 ‘송웅도’에 조선국 사능 씨김주사(士能 氏金洲寫)라는 직인이 새겨진 점이 가설의 신빙성을 높여준다.

“만약이라는 단어는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소재 자체가 매력적이다.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는 소설이다.

노파심에 하나 덧붙이면 샤라쿠가 김홍도라는 막무가내식 우기기나 민족주의적 시각을 드러내지는 않으니 안심해도 좋다. 그와 관련한 저자의 말이다.

“상상력이 조선 예인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말해 내게는 행운이랄 수밖에 없었다. 샤라쿠가 김홍도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로부터 제기된 나의 이 작업은 그들이 조선인이든 일본인이든 대국적으로 볼 때 인류 공동체의 자산들이요, 우리가 함께 공유해야 할 인물들이라는 의식의 전환을 거치면서 내 나라 예인들의 지난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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