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못본 또 한명의 '카이사르'
빛 못본 또 한명의 '카이사르'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02 0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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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첫 황제-서구 문명의 시조 '아우구스투스'의 삶

[북데일리] '카이사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율리우스 카이사르다. 그는 반대파에게 살해당하며 로마 재건에 실패한 패배자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생전에 보여준 용맹과 천재적 통치력 때문이다. 굳이 패배자로 부른다면 앞에 ’위대한‘이라는 수사가 붙는다.

반면 아우구스투스는 업적에 비해 카이사르보다 덜 거론되는 또 한명의 카이사르다. 그의 정식 호칭은 임페라토르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의 양자로 로마 최초의 황제에 오른 인물이다.

아우구스투스가 이런 ‘억울한‘ 처지에 놓인 이유는 뭘까. 먼저 그의 덜 자극적인 삶에서 찾을 수 있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에 따르면 전쟁사적인 관점에서 아우구스투스의 삶은 지루하다. 대부분의 전쟁을 이끈 건 아그리파였고, 아우구스투스는 전쟁이 있을 때면 늘 병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로마 역사에서 유약한 겁쟁이 정도로 평가받기도 한다.

베스트셀러 <키케로>의 저자로 유명한 앤서니 에버랫의 경우 그 동안 아우구스투스의 삶을 제대로 다룬 책이 없었다는 점을 꼽는다.

“아우구스투스 자신은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 많은 저자들이 그의 업적에 관해 썼지만, 그들은 아우구스투스라는 인물보다는 그의 시대에 초점을 맞춰왔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에게 삶을 되돌려주고 싶었다.”

신간 <아우구스투스>(다른세상. 2008)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아우구스투스의 인생 전반을 다루며, 그의 업적을 재조명하는데 특히 주력한다. 저자는 그를 서구 문명의 시조로 부르며 극찬한다.

“아우구스투스는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로마 최초의 황제로서 혼란에 빠져 있던 로마 공화국을 질서 잡힌 전제 제국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그가 2,000년 전에 로마 제국을 공고히 한 덕분에 후대에 유럽이 하나의 지역, 하나의 문화권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서구 문명의 시조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아우구스투스일 것이다.”

책으로 복원된 아우구스투스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다. 위기 때마다 신경성으로 앓아눕는 병약한 청년이 지독하게 자신을 단련시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이 그렇다. 결단력과 과감성 또한 어느 영웅 못지않았음을 알 수 있다.

“카이사르의 십대 상속자는 무대에 등장한 뒤 냉정하게 대처해왔다. 젊고 미숙했지만, 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이 있었다. 좋은 충고를 받아들일 줄 아는 능력이었다. 냉정하고 참을성이 대단한 그는 앞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500쪽이 넘는 두께만큼 내용이 묵직하고 진중하다. 그가 남긴 아래의 말을 힘있게 전달하는 책이다.

“내가 발견한 로마는 진흙으로 되어 있었지만, 내가 남기는 로마는 대리석으로 되어 있을 것이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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