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 당신이 백수일 수밖에 없는 까닭
[화제의책] 당신이 백수일 수밖에 없는 까닭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02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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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기피하는 44가지 이유...취직 도움 정보

[북데일리] 취업 전쟁이 시작됐다. 이 전쟁에서는 포성 대신 한숨이 들려온다. 연거푸 탈락의 고배를 마신 구직자들의 한탄이 자욱하다. 졸업예정자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졸업하고 한참동안 취직을 못해, 집에서 눈칫밥을 먹다 재도전하는 ‘백수’들의 한숨은 더 깊다.

“도대체 내가 왜 떨어질까?”

단박에 성공하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드는 의문이다. 학벌, 토익 점수, 봉사활동 등 이른바 탄탄한 스펙을 자랑하는 이라면 더 그럴 터다. 그렇다고 속 시원히 탈락 이유를 말해주는 인사담당자도 없으니, 그저 우울할 뿐이다.

오늘도 술로 분을 억누르려는 구직자라면 술값 아껴서 책 한 권을 보면 어떨까. 신간 <회사가 당신을 채용하지 않는 44가지 이유>(서돌. 2008)는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로 화제를 몰고 왔던 신시아 샤피로의 신작이다. 여기서 그는 오랜 기간 기업의 인사를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채용의 비밀을 낱낱이 공개한다.

책은 시작부터 도발적이다. 다음의 항목을 보고, 해당되는 항목에 체크를 해보자.

1. 채용 과정은 가장 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를 찾는 과정이다.
2. 인사 담당자는 모든 이력서를 꼼꼼히 검토한다.
3. 이력서에는 자신의 모든 경력을 빠짐없이 적어야한다.
4. 자기소개서는 겸손한 어조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5. 예상 질문을 익혀두면 면접에 유리하다.
6. 면접은 지원자도 회사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다.
7. 새 직장을 알아보려면 현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8. 한 번 불합격한 회사에 다시 들어가기 어렵다.
9. 나이가 어려 보일수록 취업에 유리하다.
10. 헤드헌터가 추천하는 회사는 믿고 들어갈 만하다.

자신에게 몇 개나 해당하는가. 여러 개가 자신의 생각과 같다고 좋아할 필요는 없다. 많으면 많을수록 취업에는 불리할 뿐이다. 저자의 말이다.

“하나 이상의 항목에 체크했다면, 당신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확률은 매우 낮다.”

그의 주장에 초장부터 반감을 가지는 독자가 아마 적지 않을 것이다. 책은 저자의 이 같은 주장이 근거 없는 헛소리가 아님을 증명하는데 주력한다. 이를테면 1번 ‘채용 과정은 가장 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를 찾는 과정이다’를 보자.

책에 따르면 채용과정은 능력이 좋거나 업무에 적합한 지원자를 가리는 절차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력서를 제출하는 순간부터 지원자를 탈락시킬 이유를 찾는다.

인사담당자들이 바빠서다. 이력서 검토만 살펴보자. 그들이 읽어야 하는 이력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모든 이력서를 찬찬히 읽으면서 지원자의 능력과 의욕을 일일이 헤아릴만한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 ‘아무리 그래도 이력서를 살펴보기는 하겠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력서는 본다. 얼마나?

고작 3초다. 책에 따르면 3초도 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 짧은 순간에 눈길을 끌지 못하는 이력서는 쓰레기통으로 던져지는 것이다. 공들여 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3초 만에 버려지는 사실에 분개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이력서를 심사하는 일이 매우 지겨운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인사 담당자들이 무심해서가 아니라, 누구든 이력서를 100통쯤 보고 나면 어떻게든 빨리 범위를 좁혀야겠다는 초조함이 본능적으로 든다. 그때부터 그들은 맹렬하게 탈락자들을 배제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력서를 광고로 여길 것을 조언한다. 그는 “이력서를 광고판이라 생각하고 중요한 경력을 잘 살려서 불과 몇 초 사이에 당신이 꼭 필요한 인재임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충고한다. 뻔한 내용을 너저분하게 늘어놓지 말고 핵심을 바로 찌르라는 이야기다.

이것저것 빼놓다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진 않을까 노심초사할 필요도 없다. 광고판에서 모든 내용을 말해 주는 건 아니지 않은가? 광고판의 목적은 빠른 속도로 스쳐가는 소비자의 관심을 붙잡는 게 목표다.

이력서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력서는 보는 사람의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며 이렇게 전한다.

“이력서의 목적은 인사 담당자가 당신을 만나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도록 만드는 데 있다. 모든 세부 사항을 완벽하게 써놓으면 인사 담당자는 이력서를 읽는 것만으로도 당신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은 이미 다 알았다고 가정하기 쉽다.”

책은 취업 전 과정을 다룬다. 솔직함이 지나쳐 적나라하다 싶은, 그래서 큰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곳곳에 눈에 띈다. 오지 않는 합격 연락을 기다리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구직자라면 한번쯤 거들떠 볼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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