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 윤주은 시민기자
  • 승인 2008.10.0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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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거인의 나라', 인간의 욕망으로 부서져

[북데일리] <마지막 거인>(디자인 하우스,2002)은 1992년에 발표 된 청소년과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저자 프랑수아 플라스는 청소년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자신을 낳아 준 자연을 파괴하며 살육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는 인간의 사악한 이기심을 준엄한 비판정신으로 보여줌으로서 많은 성인 독자에게 더 큰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이 작품의 날카로운 문학 정신은 먼저 모국인 프랑스에서 청소년 잡지 리르 오콜레주의 대상, 마법사상 등 각종 상을 수상하면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그후 벨기에 비평가들이 주는 최우수 어린이 그림책상, 미국 헝그리 마인드 리뷰상, 독일의 라텐팡거상 등을 거머쥐면서 전 세계에 저자 프랑수아 플라스를 작가이자 삽화가로 널리 알리는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우연히 한 노인으로부터 ‘거인의 이’를 손에 쥐게 된 한 지리학자가 ‘거인족의 나라’를 찾아 탐험길에 오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침내 주인공은 ‘거인의 나라’에 다다라 거인들과 열 달 동안 깊은 우정을 나누고 헤어지게 된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게 된 지리학자는 새로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학자로서의 사명감과 명예욕으로 거인의 나라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기에 이른다. 그로인해 유명해지고 돈도 벌게 된다.

그러나 다시 떠나는 여행길에서 자신이 써낸 책이 거인들을 이 세상으로부터 영원히 사라지게 만든 예기치 못한 일을 확인하게 된다. 다시 찾은 그곳엔 이미 이 세상을 떠난 거인들의 몸뚱아리만이 잇속을 챙기려는 사이비 학자, 도적들, 온갖 협잡꾼들에 둘러싸여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가장 아름다운 그네들의 비밀과 배반당한 우리의 우정도 함께 가지고 떠났습니다.-중략-별을 꿈 꾸던 아홉 명의 아름다운 거인과 명예욕에 눈이 멀어 버린 못난 남자, 이것이 우리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p76)

지리학자의 뒤늦은 후회는 단지 ‘창조’라는 명분의 무기 앞에 무참히 파괴되는 거대한 자연을 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문을 열어가는 오늘날,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자 하는 명예욕과 분별없는 우월감의 표출로 소란스러운 사이버 공간에서 다시 한번 <마지막 거인>은 우리를 무거운 사색에 젖어 들게 한다. 거인의 심장을 뚫은 작살만큼이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넘어 생의 마침표를 찍게 하는 폭언들이 공포와 분노를 느끼게 하고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우리가 새로이 꿈꾸며 가꾸어 나가야 할 아름다움과 평화를 위해 차라리 경건한 침묵이 필요할 때이다.

공포와 분노, 고통스런 후회로 오열하는 지리학자의 귓전에 울리던 그 목소리가 이 책을 접하는 독자의 마음까지 애절하게 젖어 든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p74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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