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베토벤에 빠져보면 어떨까
이 가을, 베토벤에 빠져보면 어떨까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01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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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천재 삶 추적한 전기와 여행서 눈길

[북데일리] 베토벤이 ‘뜨는’ 요즘이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덕이다.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에서는 베토벤 교향곡이 심심찮게 나온다. 여기에 강마에(김명민)의 애견 ‘토벤이’도 베토벤을 떠올리는데 한 몫 하고 있다. 드라마 제목에도 베토벤이 들어가니 시청자들에게 베토벤은 한동안 지워지지 않는 단어가 될 듯하다.

내친김에 베토벤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터. 그런 '베바 폐인' 위해 책 한 권을 권한다. 베토벤의 전기 <루트비히 판 베토벤1,2>(한길아트. 2006)다.

저자 매이너드 솔로몬은 베토벤의 전 생애와 음악세계를 자세히 분석한다. 거의 해부 수준이다. 특징은 베토벤을 영웅 혹은 천재가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보는 점이다. 온갖 자료와 심리학을 이용해 200여 년 전 인물의 심리를 상세하게 따져보는 점 또한 흥미진진하다.

헌데 읽기가 쉽진 않다. 두 권 합쳐 1,000쪽에 육박하는 방대한 분량과 딱딱한 설명 탓이다. 독한 마음 없이는 중간에 포기하기 십상이다.

좀 더 편하게 베토벤의 생애를 알려면 신간 <비엔나 칸타빌레>(삼성출판사. 2008)가 적당하다. 베토벤과 브람스의 삶을 다룬 책으로, 그들의 흔적이 묻어 있는 유럽 5개국, 39개 도시를 추적한다. 여행서인만큼 설명이 쉽고, 400여 장의 사진을 보재는 재미도 크다.

저자는 베토벤 마니아로 알려진 음악 평론가 유강호와 피아노를 전공한 여행작가 곽정란이다. 수십 년간 클래식에 심취했던 이들인 만큼 군데군데서 높은 식견이 드러난다. 이를테면 영화 속 베토벤을 다룬 부분이 있다.

영화 ‘불멸의 연인’과 ‘카핑 베토벤’은 베토벤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다. 각각 게리 올드먼과 에드 해리스의 신들린 연기로 호평을 받았으며,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들이다. 그런데 저자의 관점에서 못마땅하기 그지없다. 저자의 지적이다.

“두 영화 모두 사실에 가까운 모습으로 베토벤을 그리려고 노력했지만 무덤 속의 베토벤에게는 염장 지를 내용이 되고 말았다.”

먼저 불멸의 연인을 보자. 이 영화는 베토벤이 동생의 아내를 사랑했고, 조카가 사실은 그의 아들이라는 탄생의 비밀을 그린다. 하지만 이는 허구다. 책에 따르면 베토벤은 제수씨를 못 잡아먹어 안달했다. 당연히 둘의 사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카핑 베토벤은 어떨까. 저자는 “자료에 드러난 베토벤의 성격을 비교적 사실에 가깝게 그렸다”며 칭찬한다. 그러나 이내 “영화 속 여성 필사가가 교향곡 제9번 ‘합창’의 초연 무대에서 듣지 못하는 베토벤의 귀 역할을 해주었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비판한다. 그녀에게 생선 요리를 사다 주는 베토벤의 모습에 대해서는 ”감독과 작가의 상상력이 지나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만약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면 ”베토벤의 결혼 소식까지 접했을지 모를 일“이라고 말한다.

이 밖에 책에는 베토벤이 기거했던 하숙집이 79개나 된다는 사실, 미국의 한 연구 기관이 베토벤 머리카락 100가닥을 개당 800달러씩 주고 샀다는 일 등 놀라운 이야기가 곳곳에 들어 있다.

한편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인 ‘합창’이 9회쯤 선보인다고 한다. 그 전에 책을 통해 살펴보는 건 어떨까. 그 곡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말이다. 배경을 알고 들으면, 한층 더 즐겁게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사진=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불멸의 연인’, ‘카핑 베토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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