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가장 죽음 가까이 선 `밤의 선생님`
일본서 가장 죽음 가까이 선 `밤의 선생님`
  • 북데일리
  • 승인 2005.11.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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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도둑질 한 적 있어요’, ‘저 원조교제 했어요’, ‘저 본드 했어요’, ‘저 죽으려고 손목 그은 적 있어요’... 충격적인 고백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한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어제까지의 일들은 전부 괜찮단다. 이제부터 나랑 같이 생각해보자’

21년째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 미즈타니 오사무의 감동실화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에이지21. 2005)는 야간교사로 일하면서 12년간 밤의 거리에서 만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미즈타니에게 어느 경찰은 ‘일본에서 가장 죽음 가까이에 서있는 교사’라고 말했고, ‘아마 당신은 언젠가 목이 잘려 죽게 될꺼요. 아님 쥐도 새도 모르게 바닷물에 수장될지도 모르지’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목전에서 목격한 약물과, 자살과, 폭력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드라마 `고쿠센`의 용감한 여교사 양쿠미를 능가하는 그의 용기는 아이들의 상처에 다가설 수 있는 힘이 됐다.

“나는 교사생활 21년간 단 한번도 학생을 야단치거나 때린 일이 없었다. 절대 야단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모두 ‘꽃을 피우는 씨앗’이기 때문이다. 어떤 꽃씨라도 심는 사람이 제대로 심고 시간을 들여 가꾸면 반드시 꽃을 피운다”라고 말하는 마즈타니에게 세상을 마주보려 하지 않던 아이들은 마음의 빗장을 풀었다. 밤거리의 아이들은 강한 척, 거센 척 하지만 사실은 부모와 선생님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마즈타니는 많은 아이들 가운데서도 세상을 떠난 열아홉 소년을 잊지 못한다. 추운 밤 헤진 옷을 입고 육교아래서 종이 박스위에 누워 있던 한 소년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조심스레 말을 걸자 ‘시끄러 저리가’라고 소리쳤다. 거품을 쏟는 소년을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옮겼다.

다음날 다행히 의식을 차린 소년은 마즈타니가 야간고교 교사라는 사실을 알고 말문을 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어머니가 죽고 중학교 졸업을 하자마자 아버지가 바로 재혼을 해 여자집으로 가버리자 도쿄 초밥집에 얹혀 일을 하며 생활했으나 나 천식으로 인한 발작 때문에 해고를 당하고 노숙생활을 해온 것이다.

소년은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다. 곧, 생활보호 수속을 밟아 아파트를 마련해주고 우편배달 아르바이트를 소개했고, 발작치료를 받게 했다. 삶은 점점 활력을 찾아갔다. 여자친구도 생겼고 삶에 대한 강한 애정을 품게 됐다. 성년의 날을 앞두고 넥타이를 선물을 하자 “선생님, 저도 행복해 질 수 있네요”라고 말하며 환히 웃었다.

그러나 성인식 날 소년의 죽음을 알리는 믿겨지지 않는 전화를 받게 된다. 발작으로 인해 사망한 것이다. 소년의 방에는 여자친구가 골라준 새로 산 양복과 마즈타니가 선물한 넥타이가 걸려있었다. 후일 소년이 자신과 여자친구의 미래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늘리고 투약을 중지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금 더 일찍 그 아이를 돌봤더라면...” 이라는 죄책감과 슬픔에 하염없는 눈물이 흘렀다. 미즈타니는 매년 성인의 날에 구에서 관리하는 공동묘지에 묻힌 소년의 묘를 찾는다.

한 고교 교사의 투철한 사명감이 교육열에 사로잡힌 한국의 뒷거리에서 버려지고 망가지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다.

(사진 = 드라마 ‘고쿠센’ 스틸 컷 ‘http://www.ntv.co.jp/gokusen’) [북데일리 정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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