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이런일이] '거시기' 가지고 노는 아프리카
[책속에이런일이] '거시기' 가지고 노는 아프리카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9.30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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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하리 사막 부족 이야기...생생한 인류학 고전

[북데일리] 어린 아이들이 서로의 성기를 가지고 자유롭게 노는 부족이 있다. 아프리카 보츠나와에서도 오지인 칼라하리 사막 북부의 ‘!쿵족’이다. 여기서 !쿵은 쯧쯧하고 혀를 차는 소리와 비슷한 그들 특유의 발성법이다.

신간 <니사>(삼인. 2008)에 따르면 !쿵 어린이들은 거의 모든 시간 자기 마음대로 놀도록 방치된다. 이때 가장 많이 하는 놀이가 성적 장난이다.

장난의 유형은 나이대별로 다르다. 처음에는 남자들끼리 시작한다. “서로 뒤에 대고 성기를 찌르”며 논다. 여자 아이들은 손에다 침을 발라 성기를 문지른다. 서로 만져주기도 한다.

나이가 좀 더 들면 여자 아이들과 남자 아이들이 함께 어울린다. 남자 아이는 기회를 봐서 여자 아이 옆에 누워, 좀 더 노골적인 장난을 건다. 다음은 책 전반을 이끌어가는 화자인 !쿵 여성 니사(가명)의 고백이다.

“어린 여자애랑 같이 있게 될 때를 기다렸다가 기회를 봐서 같이 누우려고 하는 거야. 그러고는 침을 묻혀서 여자애의 성기를 문지르고, 반쯤 발기된 성기를 가지고 이리저리 찌르는 시늉을 하는데, 진짜로 하는 건 아니야. 그게 딱딱해질 수는 있어도 아직 여자애 몸속으로 정말로 들어가지는 못하거든.” (p163)

실제 성관계를 맺는 건 몇 년이 더 지나서다. 그러다보니 일찍 결혼하는 여자아이들의 경우 결할 때까지 성행위를 경험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의 성적 장난을 어른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저자 마저리 쇼스탁은 “어른들은 아이나 청소년의 성적 장난을 용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못하게 막으려고 일부러 나서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버려 둔다는 이야기다. 제지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눈앞에서 성적 장난을 벌일 때다. 그러면 마지못해 한 마디 한다고.

“얌전히 놀아라.”

!쿵족에서 성적 장난이 용인되는 건 그들 특유의 문화 덕이다. !쿵족은 성적으로 자유롭다. 또한 타고난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걸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부모들도 아이들이 옆에서 자고 있더라도 거리낌이 없이 잠자리를 갖는다.

“!쿵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책임도 지우지 않으며 처녀성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지도 않고, 여성의 몸을 특별히 가리거나 숨겨야 한다고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에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나다닌다.”(p158)

“엄마 아빠가 하는 걸 본 대로 성행위를 흉내 내는 거지. 그렇게 일단 배우고 나면, 아무나 붙잡고 그런 식으로 놀려고 하지.”

책은 !쿵족 여성의 입을 통해 성, 가족, 삶을 들여다본다. 언뜻 백인의 편견으로 작성한 흥미로운 보고서에 불과해보이나, 실은 그렇지 않다.

한 인류학자가 “지난 20년간 인류학이나 여성학을 공부한 학생들 가운데 이 책을 과제물로 읽지 않은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지 의심스럽다”라고 평가한 인류학의 고전이다. 토착민, 문맹자, 여성의 목소리를 전면에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큰 책이다.

(사진제공=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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