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박운서 전 차관의 십 년 전의 약속 ‘아름다운 발’
[신간] 박운서 전 차관의 십 년 전의 약속 ‘아름다운 발’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11.28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혁재의 비하인드> 권혁재 지음 | 권혁재 사진 | 동아시아
[박운서 전 차관의 발, 사진ⓒ동아시아]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누구의 발일까. 엄지발가락 하나만 달랑 남은 발을 두고도 ‘하나 남은 엄지발가락이 다행’이라 말하는 박운서 전 차관의 발이다. 여기에는 스산한 시국, 몸과 마음을 녹일 사연이 있다. 이 발은 십 년 전 박 전 차관이 했던 약속의 이행증표나 다름없다.

그는 김영삼 정부 때 통상산업부 차관을 역임하고 한국중공업 사장, 데이콤 회장을 지냈지만, 화려한 공직생활과 최고경영자 이력을 뒤로하고 십 년 전 필리핀 오지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떠나면서 땅을 구입해 공동농장을 운영하고 학교와 예배당을 지을 거란 계획을 밝혔다.

하나 남은 엄지발가락은 언행일치에 따른 결과였다. 필리핀 오지 민도로 섬에서 십 년 동안 약속을 지키던 중 교통사고로 네 발가락을 잃고 양쪽 무릎과 정강이에 철심을 박은 것. 남은 인생은 남을 위해 살겠다는 약속을 지켰기에 그의 발은 진정 아름답다.

더 감동적인 대목은 그의 봉사활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떠나던 당시 이미 60대 중반이었고 십 년이 흘렀으니 일흔이 훌쩍 넘었다. 게다가 사고 당시 의식불명으로 서울로 후송된 데다가 치료가 다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필리핀 현지 상황을 걱정하던 끝에 그는 다시 필리핀으로 향했다. 28명의 인물과 이야기를 담은 <권혁재의 비하인드>(동아시아.2016)에 실린 감동적인 이야기다.

이 밖에 김혜자 씨 같은 유명인뿐만 아니라 역경 속에도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낸 다큐 사진가 권철, 우리 곁을 떠났지만 제주의 바람처럼 살다 진짜 제주를 사진으로 남기고 떠난 김영갑, 아름다운 배우 김자옥, 한국야구의 전설 최동원, 시대의 지성인 신영복 등 그리운 이들의 흔적이 기록됐다.

[왼쪽부터 김혜자, 권철, 김영갑 사진ⓒ동아시아]

사진과 글을 마주하는 내내 사진전문기자의 진솔한 눈과 마음에 감사하다. 그의 눈과 따뜻한 마음으로 포착한 인물들의 생애 한순간은 빛나고 아름다웠으며, 사진에 담긴 피사체의 인생은 글과 어우러져 마음을 뭉근하게 적신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독자들이 ‘안복眼福’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