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이 바라본 공무원 '기막혀'
삼성맨이 바라본 공무원 '기막혀'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9.26 0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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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공직체험 책으로 펴내... 애정섞인 조언

[북데일리] 20여 년 경력의 삼성맨이 본 공무원은 어떤 모습일까. 신간 <삼성맨! 공무원 체험기>(창과창. 2008)는 이태목 삼성전자 부장이 2년 간 경기도청에서 일하며 느낀 점을 담았다.

그가 경기도청으로 가게 된 건 교환근무제도 덕이다. 이 부장은 2006년 9월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경기도청의 투자유치자문관으로 근무했다. 도청 생활 중 처음으로 그를 놀라게 건 다름 아닌 김치찌개와 해물탕. 대체 무슨 사연일까.

도청에 출근한지 1주일쯤 지났을 때다. 저녁 6시 30분경 도청 내 한 사무실에 들른 그는 기막힌 장면을 봤다. 사무실 한쪽 테이블에 김치찌개와 해물탕이 끓고 있었던 것. 사무실에서 찌개를 끓이는 모습이라니, 생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 말을 건넸다.

“같이 드시죠?”

공무원들은 저녁을 먹고 있었던 거였다. 그런데 왜 나가서 먹지 않고 사무실에서 찌개를 끓이고 있었던 걸까. 알고 보니 마땅한 식당이 없어서였다. 한 공무원은 밖에서 밥을 먹으면 기본이 1시간, 조금 더 멀리 가면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린다고 말했다. 구내식당의 경우 저녁에는 운영을 안 한다고 했다. 그래서 주문을 한 거였다.

그러려니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 부장은 당시 일을 꼬집어 이렇게 말한다.

“사무실은 일하는 곳, 식당은 식사를 하는 곳, 휴게실은 쉬는 곳, 도서관은 자료를 찾는 곳, 각각 용도에 맞게 운영될 때 가장 높은 효율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공무원들이 도청 내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한다. 공무원들의 복리후생뿐 아니라 근무환경 개선, 화재예방을 위해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삼성맨의 눈에 비친 공조직의 불합리는 책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7년 겨울 때다. 난데없이 공사장을 방불케 하는 소음이 들렸다. 사무실 보수작업이었다. 한 공무원은 평소에도 근무시간 중에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잦다고 전했다. 게다가 경비절감을 위해 야간작업은 거의 시키지 않는다도 말했다. 이 부장은 기가 찼다.

“공무원들의 시간은 돈이 아닌가?”

4월에는 도청에서 벚꽃 축제가 열렸다. 7일간 도청은 각종행사로 시끌시끌했다. 5월에는 도청 내 친선족구대회가 한창이라 사무실 분위기가 싱숭생숭했다. 이 부장은 “이렇게 분위기가 들뜨면 일은 언제 하나”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처럼 책은 공직사회의 단점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한다. 툭하면 먹통이 되는 전화나 며칠 씩 불통된 도청 인트라넷, 컴퓨터 보안의 무방비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이는 맹렬한 비난이 아닌 애정 섞인 충고에 가깝다. 문제를 지적한 후 그가 삼성 생활에서 배운 점을 토대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또 공무원들은 일단 하면 아주 잘하고, 구태에 물들지 않고 소신껏 일하는 젊은 공무원이 적지 않다며 장점을 꼽기도 한다. 나아가 경기도의 미래 발전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경쟁력 있는 자족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그 도시가 자족할 산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산업이 새롭게 건설할 도시에 적합할 것인가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중략- 하지만 이런 일들을 모두 공무원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공무원들은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중략-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자족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삼성맨의 공직체험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공조직의 경쟁력 강화를 제안한다는 점에서도 가치 있는 책이다. (사진제공=창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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