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착각의 동물? 실험서 증명
인간은 착각의 동물? 실험서 증명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9.2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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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합의 효과'...꿈속에서 깨어나길 바래

“길 가던 사람 붙잡고 물어봐, 내 말이 틀렸는지.”

[북데일리] 논쟁이 벌어지면 흔히 내뱉는 말이다. 이는 마땅한 근거가 없거나, 더 이상 논리가 안 먹힐 때 튀어 나온다. 길 가던 사람, 즉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니, ‘너’도 수긍하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정말 다른 사람들도 자기처럼 생각할까. 사회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에 따르면 그건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모멘토. 2008)에서 “남들이 자기와 같은 믿음을 지니고 있는 정도를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허위합의 효과’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애주가는 금주가보다 술 좋아하는 숫자를 많게 보는 현상이 있다. 간단한 실험으로도 이를 증명할 수 있다.

한 실험자가 대학생들에게 ‘회개하라’고 써진 큼직한 간판을 앞뒤에 걸치고 교내를 돌아다녀보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많은 학생들이 하겠다고 답했다. 역시 상당수의 학생은 거절했다.

대답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이런 제안을 받은 대학생의 몇 퍼센트가 수락할 것 같냐’고 다시 물었다. 그 결과 자신이 하겠다고 답한 학생들의 60%가 남들도 할 거라고 믿었다. 거부한 학생들은 27%만이 제안을 수락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는 곧 다른 사람도 자기와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그렇게 사회적 지지를 과대평가할까. 몇 가지를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동기에서 비롯된 현상일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욕구가 있다. 그게 과하면 자신의 신념이 다수가 공유하는 주류의 신념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 접하는 정보의 종류와 그 처리 방식으로도 허위합의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부합하는 정보를 더 많이 받아들인다. 보수주의자가 보수적인 정기간행물을 읽으며 자신의 견해에 지지를 얻는 것처럼 말이다.

역으로 사람들은 신념에 어긋나는 정보를 대체로 회피한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정보가 편향되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을 보편적인 것으로 느낀다.

게다가 사람들도 치우쳐 만나곤 한다. 자유주의자는 자유주의자들과 사귀고, 운동광은 운동광들과 교제한다. 이는 결국 특정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추정할 때 자신이 늘 만나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허위합의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앞으로는 논쟁 중 누군가 ‘전부들 그래‘라고 말해도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될 터다. 그 사람만의 착각일 수 있으니 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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