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선진국‘ 대한민국이 주목해야할 책
‘자살 선진국‘ 대한민국이 주목해야할 책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9.25 08: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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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고통을 당하는가'...자살에 대한 오해 분석

[북데일리] 한 개인의 죽음이 사회를 들썩이고 있다. 고 안재환 씨 이야기다. 이달 초 그의 자살이 알려진 후, 관련 기사와 루머가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다.

더 심각한 건 모방 자살의 조짐이다. 실제 추석 전후로 그의 방식을 따라한 3건의 자살 사건이 있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은 자살방법과 효과를 묻는 질문으로 시끌시끌하다.

‘베르테르 효과‘로 불리는 자살 도미노 현상이 본격화되기 전에 이런 분위기를 다독여야 한다. 물론 베르테르 효과의 언급이 섣부를 수 있다. 하지만 자살에 대한 공론화는 지금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1년에 1만 여명이 자살하는 ’자살 선진국’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와 관련해 신간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세종서적. 2008)은 관심 갖고 읽어볼만하다. 생사학(生死學) 연구소 소장인 저자 오진탁은 사회에 유행처럼 번지는 자살 문제를 진단하고, 자살의 원인과 방지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자살의 원인으로 크게 성공지향주의와 사회구조적 안전망 부재를 꼽는다. 성공지향주의는 사회가 세속적 성공만을 최고로 치다보니, 그 성공에서 낙오한 사람들이 극단의 방법을 택한다는 것이다. 만약 안 씨의 자살이 항간에 도는 사채설과 관련이 깊다면, 그가 자살한 근본적 원인은 성공지향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구조적 안전망 부재는 불가항력적인 빈곤 탓에 자살한다는 이야기다. 독거노인과 극빈계층의 자살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원인 모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살의 원인을 사회적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말한다. 여기서 개인의 책임이란 죽음에 대한 이해 정도를 뜻한다. 그는 “사람들이 죽음을 모르기 때문에 자살한다”며 죽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자살에 대한 오해는 꼭 풀어야한다. 총 4가지로 먼저 ‘왜 나만 고통을 당하는가’라는 오해를 보자. 그는 이를 두고 “우리 삶에 대한 크나큰 착각”이라고 일갈한다. 저자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고통과 고난의 순간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며 “그것이 자살의 이유가 된다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 오해는 ‘자살하면 현재의 고통에서 단숨에 벗어날 수 있다’라는 생각이다. 이는 “자살에 대한 무지몽매에서 기인”한다. 저자는 “자살은 고통을 덜기는커녕 오히려 고통을 키우는 일임은 여러 자살자와 시도자들이 증언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세상과 사회가 나를 자살하게 만든다’는 주장 역시 오해다. “엄연한 자기도피”라는 게 저자의 생각. 그는 “우리가 사회적 존재인한 사회구조적 문제의 피해자일 수 있지만, 삶과 죽음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마지막 오해는 ‘자살하면 세상과 완전히 결별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저자에 따르면 죽음은 삶의 마무리, 또 다른 모습, 연장이다. 즉, 죽음은 끝이 아니며 “육신의 죽음일 뿐”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다음 달라이 라마의 말은 새겨둘만 하다.

“죽음이란 끝이거나 궁극적인 종말 같은 것이라기보다 다 낡아서 해어졌을 때 갈아입는 옷과 같은 것이다.”

책은 자살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다. 뒷부분에는 자살예방교육의 실제 사례를 부록으로 실었다. 자살이 유행인양 인식되는 요즘, 분명 주목해야할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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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시민기자 2008-10-01 12:27:54
어제 졸업한 선배와 잠깐 만나서, 경제 얘기 하다가.... 하루에 36명씩 죽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