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가 김진숙 "현실은 너무 참혹"
노동운동가 김진숙 "현실은 너무 참혹"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9.23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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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지식인 6명이 말하는 한국사회의 부조리

[북데일리] 한 기업에서 1750명의 노동자를 한 번에 잘랐다. 해고된 사람들은 앞길이 막막했다. 당장 먹고 살 게 걱정이었다. 어떤 집은 초등학교 아이의 우유 급식비를 못 냈다. 몇 천 원 하는 돈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엄마는 아이가 우유를 훔쳤거나, 친구 것을 뺐었다고 생각해 물었다. 아이의 대답은 의외였다. 선생님이 하나씩 줬다고 말했다. 엄마는 담임선생님께 전화 해 사연을 들었다.

알고 보니 그건 아이의 노동이 만든 대가였다. 선생님에 따르면 우유 대리점에서 우유를 가져오면 학교 현관에 내려놓는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누군가 교실로 날라야 한다. 이걸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했다. 이를 본 선생님은 기특하다며 우유를 하나씩 준거였다.

엄마는 억장이 무너졌다. 그렇게 먹고 싶었으면 진작 말하지, 왜 말 안했냐고 물었다. 9살짜리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 말 하면 엄마 또 울 거잖아.”

가슴 먹먹해지는 사연이다. 이를 들려준 사람은 노동운동가 김진숙. 신간 <1%의 대한민국>(철수와영희. 2008)의 공동 저자다.

그녀에 따르면 위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이다. 2001년 대우자동차의 대량해고 사태 때다. 당시 1750명의 노동자가 한 번에 잘렸고, 많은 집안이 풍비박산났다. 우유 이야기는 당시 해고된 노동자 중 한 명이 겪은 일이다. 이런 구조조정을 두고 김 씨는 “노동자들의 존재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이때 회사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은 4년 넘는 투쟁 끝에 복직에 성공했다. 그런데 약 1600명만 돌아왔다. 나머지는 어디 갔을까.

김 씨는 50명은 죽거나, 폐인이 됐다고 말한다. 나머지 100여 명은 생사 확인조차 안 된다고 한다. 그녀는 “아마 노숙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책에서 그녀는 노동 현장의 척박함을 고발한다. 모두 직접 보고 들은 것들이다. 이를테면 조선소에서 본 끔찍한 사건이 그중 하나다. 

“한번은 크레인 신호수 아저씨가 철판을 빼는데, 이 날아가는 철판이 하필이면 걸려서 튀었는데요. 신호수 아저씨는 철판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철판이 치고 지나간 후, 옆에 있던 사람들이 쫓아가 바지를 벗겼습니다. 그런데 아랫도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때까지도 그 아저씨는 눈을 뜨고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 눈빛이 어땠을 거 같습니까? 제일 끔찍한 시신도 있었는데, 감전 사고 죽음이었습니다. 혈관이 다 터져 죽었습니다.”

김 씨는 노동자들의 살 길로 ‘연대’를 꼽는다. 그녀는 “노동자들이 정규직, 비정규직을 떠나서 연대하면 살길은 있다”며 “연대와 단결의 가치는 세상이 바뀌는 날까지 절대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1%의 대한민국>의 저자는 모두 6명이다. 김 씨 외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강수돌 고려대 교수, 이철기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배경내 인권운동가, 윤구병 변산공동체학교 대표가 1%가 독식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짚고, 대안을 모색한다.

이들을 한 데 모은 건 월간 ‘작은책’이다. 작은책은 2008년 특집으로 기획한 ‘일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라는 제목의 강좌를 마련했다. 책은 그 강연 내용과 질의, 응답을 엮었다. 부조리한 현실을 되짚어 보게 만드는 책이다.

(사진제공=철수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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