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에세이'에 대한 비평 절실
'문학적 에세이'에 대한 비평 절실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9.17 0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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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권성우 주장... "시나 소설 중심 벗어나야"

[북데일리] 문학비평의 대상으로 보통 시와 소설을 떠올린다. 이는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제기를 하는 평론가가 있다. 문학평론가 권성우는 2000년대 초 주례사 비평과 문학권력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문학논쟁의 한가운데 있었던 인물. 그래서 ‘논쟁적 비평가’로 불린다.

그가 신간 <낭만적 망명>(소명출판. 2008)으로 돌아왔다. 특이한 점은 에세이에 대한 주목이다. 그는 3부 ‘에세이의 매혹’에서 서경식, 김현, 고종석, 박노자의 에세이와 기행문을 다룬다. 이유가 뭘까. 서문 일부를 옮겨본다.

“나는 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에세이에 대한 비평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 시, 소설 중심으로 전개되는 비평적 관행을 탈피하여 다양한 변두리 장르에 대한 실제비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특히 전통적인 문학 범주에서 다루지 않았던 서경식, 박노자의 에세이에 대해 주목하고자 했다. 이들의 에세이는 이 시대 어떤 문학작품 못지않은 미학적 품격과 현실에 대한 통찰력, 진지한 자기 성찰의 풍경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제 우리 시대의 비평은 전통적인 문학 범주 외부로 시선을 확장해야 하는 것 아닐까.”

비평의 시선 확장. 그 다운 발상이다. 이 중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비평은 특히 눈길을 끈다.

박노자는 러시아 태생의 귀화자로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논객중 하나다. 저서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출간 당시 큰 화제를 불러 모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속편도 나왔다.

<낭만적 망명>에서 저자는 박노자의 글에 찬사를 보낸다. 그는 “나에게, 상대방의 주장에 거의 전면적인 동의를 보내게 되는 이러한 독서 체험은 흔치 않은 것”이라며 “최근(2002년)에 박노자의 에세이나 칼럼만큼 한국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에 대해 통렬하게 짚어내는 문학작품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칭찬의 이유로는 “글 자체가 함축하고 있는 폭발적인 문제의식과 논리적 설득력, 아젠다 설정 능력”을 꼽았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통시적인 역사적 맥락에 근거한 비판”을 들었다.

“박노자의 한국사회 비판은 선진국과 한국을 단순 비교하여 한국사회의 모순과 단점을 질타하는 여타 한국 비판서와는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박노자는 무엇보다도 한국사회의 후진성과 전근대성의 원인을 역사적 맥락에 대한 성찰을 통해 그 내부의 시점에서 이해한 연후에 설득력 있는 비판을 전개하고 있다.”

윤리적인 감수성 또한 박노자의 힘이라고 저자는 전한다. 불법취업자, 외국인노동자, 시간강사, 조교, 양심적 병역 거부자 등 “사회 소수자와 주변인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통해 한국사회의 모순과 비인간적 습속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기존 비평 대상에도 여전히 관심을 둔다. 김애란, 황석영, 최인훈, 이문열, 최인호, 김훈, 정찬, 김원우 등이 이번에 그가 만나는 문인들이다. 이 밖에도 책은 비평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제안, 영화를 이용한 문학교육의 한계에 대한 지적 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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