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와 ‘맞장’ 뜬 독서광
다치바나 다카시와 ‘맞장’ 뜬 독서광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9.16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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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평론가 이권우 "일반인은 느리고 깊게 읽어야"

[북데일리] 독서광하면 떠오르는 이름, 다치바나 다카시. 일본에서 그는 ‘지의 거장’으로 불린다. 셀 수 없이 읽고, 두루 써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물론 국내에도 팬이 많다. 그의 역작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는 독서광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이런 그에게 책과 관련해서 토를 달기란 쉽지 않을 터. 그런데도 딴죽을 거는 남자가 있다. 도서평론가 이권우다. 그는 신간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그린비. 2008)에서 다카시의 독서법을 때린다.

물론 전부 비판하는 건 아니다. 빨리, 많이 읽는 독서법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다카시의 속독, 다독은 “논픽션 분야의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그러는 것일 뿐”이라며 “일반인들이나 청소년이 그렇게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다.

더 깊이 들어가 보자. 먼저 속독이다. 그는 이를 “결코 권하고 싶지 않은 독서법”이라고 말한다. “너무 빨리 읽으면, 내용이 신속하게 ‘휘발’”되기 때문이다. 그는 천천히 읽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분석과 상상이 되고, 비판할 거리가 보여서다.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너무 빨리 읽히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책장을 축지법 쓰듯 읽을 수 있는 것은 책이 아니”라며 이렇게 일갈한다.

“그것은 영화 같은 책, 드라마 같은 책, 인터넷 같은 책이다. 그런 책으로는 분석력, 비판력, 상상력을 키울 수 없는 법이다(그런 책을 읽느니 차라리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인터넷을 즐기는 게 낫다).”

‘책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는 다카시의 조언 역시 경계 대상이다. 책에 따르면 메모 금지는 속독을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책을 빨리 읽으려면 아무 짓도 하지 말고, 눈알을 빨리 돌리며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

저자는 메모 금지가 “빨리, 많이 읽어야 하는 다큐멘터리 작가의 독서법일 뿐”이라며 “작가가 아닌 마당에 책을 목숨 걸고 빨리 읽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오히려 더럽게 읽으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책을 빌려 주기 민망할 정도로 밑줄 긋고 메모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야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저자가 권하는 독서법을 몇 개 더 소개하면 이렇다. 겹쳐 읽기와 깊이 읽기다. 겹쳐 읽기는 같은 주제지만 주장과 근거가 다른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거다. 이는 각 책의 단점을 파악하고, 한 주제에 대한 깊은 사고를 가능하게 해준다.

“서재는 춘추전국시대이기를 바란다. 눈을 감아 보라. 읽는 이를 설득하려고 경쟁적으로 유세 펼치는 지은이들을. 책읽기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으렸다!”

깊이 읽기는 전작주의 독서법이다. 한 작가의 모든 책을 찾아 읽으라는 뜻이다. 같은 주제의 책을 두루 읽는 방식 또한 깊이 읽기에 해당한다. 깊이 읽기는 이해의 폭과 깊이를 넓혀준다. 작가의 작품세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도 있다.

이 외에 책은 ‘책을 왜 읽고,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준다. 이제 막 독서에 취미를 붙이려는 사람이라면 큰 도움이 될 책이다. 별 생각 없이 책을 읽어오던 독자에게도 좋다. 자신의 책읽기에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 되돌아보게 해준다.

하나 더. 누군가에게 책 좀 읽으라고 말하고 싶은데, 근거가 궁색해 그러지 못했던 독자라면 이 책을 선물하자. 탄탄한 논리와 쉽고 재미있는 설명으로 자신의 할 말을 대신해 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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