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콩글리시' 무시마라... 문화 녹인 우리말
[신간] '콩글리시' 무시마라... 문화 녹인 우리말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10.25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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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괴물 신견식의 콩글리시 찬가> 신견식 지음 | 뿌리와이파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콩글리시는 천덕꾸러기다. 본토에 가까운 발음만 찬양받고 콩글리시는 천대받는 실정이지만 <언어괴물 신견식의 콩글리시 찬가>(뿌리와이파리.2016)는 콩글리시에 품격을 허했다.

먼저 책이 주장하는 바를 명확하기 짚자면 콩글리시를 표준어라 우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콩글리시도 언어의 뿌리가 있고 한국 근현대사의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콩글리시의 가치를 재정립한다.

가령 추리닝은 트레이닝의 콩글리시다. 본래 영어 트레이닝 training에서 유래했지만 영어 t가 r 앞에 올 때 생기는 구개음화로 ‘추’로 발음된 결과다. 어찌 보면 원어 발음에 가깝지만 뜻이 운동복의 개념으로 달리 쓰인다. 한마디로 추리닝은 트레이닝 슈트에서 뒷부분을 자른 말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생각해볼 부분은 추리닝은 대체로 평상시 후줄근하게, 또는 추레하게 입는 옷을 뜻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문화가 녹아있기도 하다는 점이다.

또한 핸드폰의 경우도 셀폰 cell(ular) phone, 혹은 모바일폰 mobile phone이 영어의 바른 표기여서 핸드폰을 콩글리시로 여기지만, 한국 외에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도 동일하게 사용한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콩글리시라 하여 무조건 무시할 게 아니라 나름의 문화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책은 콩글리시의 기원과 현재를 살피며 올바른 콩글리시를 쓰는 법까지 두루 살핀다. 15개 언어에 정통한 저자의 식견이 가감 없이 드러나 천덕꾸러기 신세인 콩글리시에 격을 선사한 흥미로운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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