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인생` 철학자가 본 반성문의 `체념`
`장밋빛인생` 철학자가 본 반성문의 `체념`
  • 북데일리
  • 승인 2005.11.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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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의 마지막 국민드라마로 불러도 무방할 KBS2 수목드라마 `장밋빛인생`이 10일 밤 최종회로 대미를 장식했다.

말기암 선고를 받고 마지막 희망을 불태우던 아내 맹순이(최진실)를 간호해 온 반성문(손현주)이 신혼여행지에서 아내를 보내는 마지막 장면은 전국의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특히 피를 토하고 죽어가는 맹순이를 태운 채 폭우 속을 달리던 반성문의 차가 논두렁에 바퀴가 빠지게 되고 혼자 힘으로 차를 꺼내 보려는 손현주의 눈물겨운 몸부림과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한 채 허무하게 눈을 감는 최진실의 마지막 눈빛 연기는 `장밋빛인생`의 최고 명장면이 됐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인터넷 게시판에 봇물처럼 터진 감동 소감을 통해, 좋은 드라마 한편이 시청자들에게 가족과 부부 사랑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줄 정도로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드라마가 더욱 빛을 발한 이유 중 하나는 반성문이 화장터에서 아내 맹순이를 보내면서 가진 마음가짐, 바로 `체념`이었다. 남편 반성문의 `되돌아온 사랑`이 고귀했던 이유는 그가 아내를 포기하지 않고 운명을 알고 이치를 깨달아 `체념`했기 때문이다.

철학자 김용석은 매혹적인 단어 `체념(諦念)`에 대해 `삶의 미스터리 만큼이나 신비한 힘을 거두는 일`로 본다. 사전적 의미는 `운명에 따르기로 딱 잘라 마음먹는 일`이다. 나아가 `도리를 깨닫는 것`을 전제한다.

포기는 아무때나 그만두는 일이지만 체념을 위해서는 깊은 깨달음이 있든지 전환의 진통을 스스로 경험해야 한다. 체념의 과정은 아프고 포기보다 훨씬 더 고통스런 고비를 넘겨야 한다. 체념한다는 것은 변신을 의미한다.

김용석에 따르면 체념은 운명-세상-타인과의 관계에서 미묘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 세가지 관계는 삼차원을 이루는 선으로서 삶이라는 정육면체의 공건을 구성하며 인간은 그 안에서 살고 있다. 체념은 이 `관계의 삼차원적 공간`에서 자아를 찾는 일이며, 그 자아의 눈으로 다시금 공간에 부유하고 있는 자신의 정체와 공간의 조건을 바라보는 일이다.

철학자 김용석은 최근 `혼합의 시대를 즐기는 인간의 조건`을 위해 책 <두 글자의 철학>(푸른숲. 2005)을 펴냈다.

체념을 비롯 생명, 자유, 고통, 희망, 질투 등 두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를 통해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들로 각각의 두 글자에 변화를 주고 싶었단다. 새롭고 다양한 시각은 개념을 변화시키고, 개념의 변화는 실천을 위한 사고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체념을 바라보는 철학자의 시선을 통해 `장밋빛인생`의 반성문의 삶이 아름다운 이유를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행복, 복수, 후회, 존경, 용기, 겸허 등 익히 들어 알고 있을 법한 `개념`을 새롭게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두 글자를 해체하여 수십자, 수백자, 수천자로 풀어보는 철학자는 두 글자에 갇힌 의식을 해명하려고 시도했다.

철학자 김용석은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그곳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문화 이론에 철학적 깊이를 부여한 학자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최근 몇 년 동안의 국내 활동에서 지식사회와 예술계가 주목할 만한 책들을 펴냈다. 2002년 현재 영산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있다.

(사진 = KBS 제공) [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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