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기독교인이 있다면 천국 안가겠다"
"천국에 기독교인이 있다면 천국 안가겠다"
  • 북데일리
  • 승인 2005.11.1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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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년 쿠바. 정복자들에게 잡혀 화형을 당하게 되는 한 부족의 추장이 가톨릭 사제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

"곧 재가 될 운명이다. 장작불에 삼켜지기 전에 신부가 다가온다. 세례를 받으면 환희와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단다. 추장이 묻는다. - 천국에도 기독교인들이 있는가? -그렇다. -추장은 결코 천국에는 가지 않겠다고 한다. 장작 타는 소리가 요란하다."

엘도라도의 환상과 연금술사의 마법이 존재하고 침략과 정복, 학살과 쿠데타의 아픈 추억을 가진 라틴아메리카에 관한 많은 역사서가 있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듯, 소설을 읽듯, 시를 노래하듯, 그림을 감상하듯 2000여년의 흔적을 복원해낸 책이 있다.

우루과이 출신의 언론인이자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65)가 지난 86년 쓴 <불의 기억>(전3권. 따님)이 최근 국내 출간됐다.

1권 `탄생`은 `최초의 목소리`인 아메리카 신화와 고대사부터 유럽의 식민지 정복이 본격화된 1600년대까지를, 2권 `얼굴과 가면`은 1700년부터 18, 19세기 식민지시대의 비극과 독립을 위한 고난의 세월을, 3권 `바람의 세기`는 1900년이후 제국주의와 그 지원을 받는 군사독재정권이 라틴아메리카를 지배했던 시절과 혁명투쟁을 담아냈다.

"나는 역사가가 아니다. 다만 작가로서 빼앗긴 아메리카의 기억, 특히 사랑이 경멸에 내몰린 땅 아메리카의 기억을 되찾는 데 일조하고 싶을 뿐이다. 나는 그 땅과 이야기를 나누고, 비밀을 공유하고 싶다.

나는 객관적인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런 글은 원하지 않았고, 또 불가능했다. 냉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차라리 편을 들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이야기 하나하나는 확실한 문헌 자료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비록 이야기는 내 방식대로 풀어냈지만,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다."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작가 서문

갈레아노는 1천권이 넘는 방대한 참고문헌을 이용하여 1천여개의 역사적 일화를 연대기순으로 짜맞춰 라틴아메리카의 통사를 재단해 나간다.

프랑스의 르 코티디엥 드 파리는 서평을 통해 "살아 있는 언어가 역사에 숨을 불어넣어 한편의 서사시를 만들었다."고 평가했고 영국의 가디언은 "헤로도토스와 같이, 갈레아노는 역사를 신탁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추천했다.

[북데일리 박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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