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소녀의 작은 이야기
용기 있는 소녀의 작은 이야기
  • 정보화 시민기자
  • 승인 2008.07.1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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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누군가 당신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무엇이라 대답하겠는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각박한 현대 세상에서 착한 사람으로 살기를 자신의 꿈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 세상에서 착한 사람은 곧 바보와 동률로 비추어지곤 한다. 자기 몫을 다 챙기지 못하고 타인을 챙기는 바보. 그렇다면 이 책은 바로 그런 바보들의 이야기다.

로이스 로리의 <별을 헤아리며>(양철북.2008)의 주인공 소녀 안네마리와 그녀의 가족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이웃 유대인을 돕는다. 목숨까지 걸고 타인을 돕는 착한 사람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바보라고 할 수 없다. 죽음까지 각오하는 용기를 가진 그들을 어찌 감히 바보라 칭하겠는가.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은 진정한 성인이거나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범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금발머리의 가냘픈 소녀가 바구니 하나를 들고 뛰어간다. 무엇을 들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녀의 이름은 안네마리. 유대인 친구를 둔 어린 덴마크 소녀다. 독일인이 덴마크를 점령하고 군인들은 그들에게서 먹을 것도 자유도 빼앗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유대인을 잡아간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친구 엘렌은 부모와 떨어져 안네마리네 집으로 숨어든다. 어린 안네마리가 알지 못할 이야기들이 오가고, 그 가운데 어렴풋이 상황을 이해하는 그녀. 몇 번의 고비를 거치며 엘렌 가족과 몇 명의 유대인들은 자유의 땅 스웨덴을 향해 떠난다. 그들이 떠나기 위한 작은 비밀을 안고 어두운 새벽 숲길을 달리는 안네마리.

그렇다. 그녀의 손에 몇 명의 유대인들의 목숨이 달려있었다. 용기. 어리지만 친구를 위한, 이웃을 위한 작은 소녀의 용기에 감탄했다. 그녀가 한 일은 아무것도 모르는 물건을 담은 바구니를 삼촌에게 전하는 것뿐이었지만 그 작은 물건 하나는 몇 명의 삶이었고, 희망이자 자유를 향한 한 발자국이었다. 군인에 의해 길이 막히고 물건들이 내던져지며 공포에 빠져들지만, 굳센 마음으로 이겨내고 삼촌에게 달려가는 그녀의 모습은 그 어느 대원보다 씩씩하고 용감했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아직 어둑하고 외진 숲길을 혼자서, 그 무서운 독일 군인들을 만날 지 모르는 두려움을 안고, 무엇인지 모르지만 중요한 물건을 전달하는 일을. 달려가며 울었을 지 모르고, 군인 앞에서 주저 않았을지 모른다. 아니 애초에 문 밖으로 나서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착한 행동은 그녀 자신의 굳센 마음과 용기가 아니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다.

안네마리 뿐인가. 다소의 모욕을 참아가면서도 자신의 이웃들을 지키고 기다리는 덴마크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강인했다. 비록 힘으로는 무력해 독일인의 지배하에 놓였지만, 말을 타고 국민들에게 인사하는 국왕과 빈 집을 치우며 기다리는 이웃들이 있기에 덴마크는 강했다.

진정한 강함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만큼 짧고 간결하며, 대단한 이야기를 담진 않았다. 그럼에도 실제의 사실과 이야기가 군데군데 잘 버무려진 소설이다.

세상은 삭막해졌지만 여전히 희망과 용기는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고마운 책이다. 착하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용기가 더해진 진정한 착함이 세상에 널리 퍼질 때 우리가 사는 이 곳은 조금 더 아름다워지리란 희망이 슬쩍 고개를 내민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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